등록 : 2017.08.09 11:59
수정 : 2017.08.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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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피 직후의 광릉왕모기. 성체의 크기는 1.5~2㎝ 가량이고, 주둥이가 구부러져 있어 동물의 피부를 뚫지 못해 피를 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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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배연재 교수팀, 환경산업기술원 지원으로 첫성공
광릉왕모기 유충 1마리가 흡혈모기 유충 416마리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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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피 직후의 광릉왕모기. 성체의 크기는 1.5~2㎝ 가량이고, 주둥이가 구부러져 있어 동물의 피부를 뚫지 못해 피를 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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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잡는 모기’로 알려진 광릉왕모기 사육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9일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배연재 교수 연구팀이 흡혈 모기류의 유충을 잡아먹는 국내 토착종 광릉왕모기를 모기 방제에 활용하기 위한 사육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릉왕모기와 같은 왕모기는 유충일 때는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성충이 돼서는 동물의 피를 빨지 않고 꽃의 꿀을 섭취하면서 수분을 돕는 이로운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광릉왕모기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89종의 왕모기류 가운데 국내에 서식하는 유일한 왕모기다.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개발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모기 방제 기술을 개발해온 배 교수팀은 암막 사육장을 도입해 인공적인 사육 환경에서 번식이 매우 어려운 광릉왕모기의 짝짓기와 산란을 유도해 실내 번식에 성공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광릉왕모기에 대한 연구는 분포 지역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인공 사육해 모기 방제에 활용하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팀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60㎝ 크기인 암막 사육장을 만들어 50일의 사육 기간 동안 광릉왕모기 암컷 한 마리에서 600마리 이상의 광릉왕모기 유충을 얻을 수 있었다. 광릉왕모기 유충 한 마리는 하루에 26마리 가량의 다른 모기 유충을 잡아먹어, 유충 단계 기간인 약 16일 동안 416마리의 모기 유충을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 교수팀이 경기도 포천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야외트랩을 설치해 모기 정량조사를 실시한 결과, 광릉왕모기 유충이 없는 트랩에서는 평균 105마리의 모기가 발견된 반면 광릉왕모기 유충이 있는 트랩에서는 모기가 평균 2마리만 발견됐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광릉왕모기가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와 같은 숲모기류와 서식처를 공유하며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해외여행 증가와 평균기온 상승으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지카나 뎅기열 예방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배 교수는 “숲모기류가 사는 숲에는 함부로 살충제를 살포하기 어려워 친환경적인 방제로 갈 수밖에 없다. 숲모기류의 천적인 왕모기는 활동성이 강해 사육이 힘들었는데, 이제 대량 사육이 가능해져 생물학적 방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흡혈하지 않는 왕모기를 이용한 모기 방제는 국외에서는 이미 하와이, 피지섬, 자바섬, 사모아제도, 타이 등에서 뎅기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이집트숲모기를 대상으로 시도된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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