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타 고양이’로 떠오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이오비가 지난 2일 민 의원의 집에 앉아 있다. “이오비를 키우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민 의원은 동물복지 정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생명] 여의도 스타 깨묘 ‘이오비’
민병두 의원 지난해 입양한 고양이
트위터 ‘이오비’ 사진 올리면서
논평하는 모습이 입길 올랐고
여의도 유명 동물로 떠올랐다
동물들 삶 문제 무관심했지만
이오비와 놀면서 생각 바뀌고
사람한테 주는 정서적 힘 확인
반려동물보험 등 정책 입안 계획
동물들이 여의도를 바꾸고 있다
‘여의도 스타 고양이’로 떠오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이오비가 지난 2일 민 의원의 집에 앉아 있다. “이오비를 키우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민 의원은 동물복지 정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아파트, 윤기 나는 회색빛 털의 고양이 ‘이오비’가 무심한 듯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동그랗고 큰 눈은 금빛을 띠고 있었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바닥에 닿은 꼬리만 살랑살랑 움직였다.
“성격은 까칠, 도도. 근데 또 정에 굶주려요. 와서 안기진 않는데 사람 주변은 또 안 떠나요.”
그 말이 맞았다. 자리에 앉자 카메라가 신기한 듯 냉큼 다가와 냄새를 맡았고 탁자 밑에서 장난치듯 손가락을 깨물었다. 가족들이 거실에 삼각 대형으로 앉자 이오비는 이내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쓰다듬어주는 건 ‘아빠’의 담당이다. 아빠가 다가오자 배를 보이며 자세를 취했다. 손이 배에 닿자 스르르 눈을 감았다.
‘깨묘’ 이오비의 한줄 논평
이오비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키우는 고양이다. 브리티시쇼트헤어와 러시안블루가 섞인 새끼 고양이로, 2016년 8월16일 태어나 이제 한 살이 채 안 됐다. 새끼 고양이가 좁은 틈을 갉아 파내며 ‘오비작거리는’ 모습을 보고 ‘오비’라고 지었다. 성은 고양이의 ‘이’를 따왔다.
평소 자신의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한 줄 논평을 써온 민 의원이 6월15일부터 이오비의 사진을 함께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인 대여금고 3억원의 출처를 수사해야 한다’는 글에 장난감을 갖고 노는 이오비 사진을 같이 올렸다. ‘우리집 냥이, 이오비는 알고 있다’는 문장도 추가했다. 글과 사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에 ‘깨묘’(깨어 있는 고양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솔직히 (이오비) 자랑하고 싶어서 올렸죠. 너무 노골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이오비도 분노한다’처럼 뒤에다 글 한 줄 붙인 거죠.”
이오비 사진과 함께 올린 민 의원의 게시글은 재밌다. 7월24일엔 ‘이오비는 소망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고 시작하는 글과 꼭 맞는 ‘창밖을 보는 이오비 사진’을 같이 올렸다. ‘적폐청산·검찰개혁 기득권 포기 반드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같은 달 19일에 올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가 침대 처치 곤란’ 내용의 글은 이오비가 ‘개구리 인형 침대’에서 자는 사진과 함께 올렸다. 끝머리엔 ‘이오비는 청렴하다’고 덧붙였다.
이오비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민병두 의원이 창밖의 새를 바라보는 이오비의 시선을 끌기 위해 ‘오비씨’를 부르며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있다.
이오비는 국회의원만큼 유명해졌다. 이오비 게시글엔 ‘민 의원보다 이오비가 더 궁금해서 들락거린다’, ‘찡찡이(문재인 대통령의 고양이)는 긴장해야 한다. 이오비 기세가 무섭다’ 등의 답글이 달렸다. 민 의원은 “어디 가면 이오비 얘기만 한다”며 “고양이 때문에 정치인 팔로하긴 처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민병두는 허수아비고 진짜는 이오비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이오비’ 키우며 동물 관심
매일 아침 5시면 이오비는 일어난다.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집안 순찰이다. 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족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다. ‘엄마’와 ‘언니’는 깨우지 않지만, 예외는 소파에서 자는 ‘아빠’다. 아빠와 이오비는 처음 만났던 2016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의식하지 않으며 남남처럼 지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이오비는 아침이 되면 소파에 누워 있는 아빠 배 위에 올라가 아침을 알린다.
“원래 서로 의식하지 않고 남남처럼 살았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한테 안 하는 행동을 나한테 하더라고요. 아침만 되면 기분 좋다는 ‘그르릉’ 소리 내면서 내 배에 올라와 깨워요. ‘인간산맥’ 등정하죠. 하하. 얼마 전 아들은 집에 두고 남은 가족끼리 3박4일 휴가를 갔는데 ‘이오비 보고 싶다’가 공통 화제였어요. 이젠 한 식구죠.”
창밖에 보이는 길고양이를 ‘가여운 눈빛으로 5분 동안 바라본다’는 정 많은 이오비는 3선(17·19·20대) 국회의원 민병두를 바꿨다. 민 의원이 애초부터 동물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았고 ‘굶주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이오비를 ‘가족’이라고 말한다. 44년 전 마당에 묻어준 어린 백구 ‘민들레’가 요즘따라 부쩍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가 많아지고 도시화가 심해진 이 환경에서 반려동물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다 보니 동물보호법에도 관심이 자연스레 가더라고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 의원의 최근 관심사는 반려동물 의료보험이다. 국내 몇 군데에서 판매 중이지만, 반려동물 가입률은 2015년 기준 0.1%다. 영국(20%)과 미국(10%)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민 의원은 “동물병원비가 사람보다 많이 든다. 그 때문에 유기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오비는 중성화 수술 이틀 만에 붕대를 풀어헤칠 정도로 성격이 급하다.
그는 “수의료 비용을 표준화해야 합리적 가격이 도출될 것이고 보험 가입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며 “자영업자, 청년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에 반려동물도 포함해서 정책적으로 개발하자는 입장을 정기국회 때 제안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동물보호 경찰관’, ‘구립 반려동물 케어센터’ 등 반려동물 복지 의제에 관심을 보인다. 동물보호 경찰관은 동물보호 전담 특별사법경찰관을 두어 동물 학대를 관리하자는 취지다. 구립 반려동물호텔은 구립 경로당에 반려동물 케어 센터를 만들어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고 반려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유기견을 입양했지만, 여의도에서는 진즉 ‘반려동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조응천 의원(민주당)은 반려묘 ‘보리’와 유명세를 타고 있고 최근에는 휴가 간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화제를 불렀다. 표창원 의원(민주당)은 안락사 직전 입양한 반려견 ‘모카’를 키우며 동물보호법 개정에 앞장섰다. 지난해 6월에는 의원 46명이 모여 2015년에 이어‘동물복지 국회 포럼’을 만들고 동물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이 사람을 바꾸고, 바뀐 사람은 정치를 바꾼다.
이오비는 중성화 수술 이틀 만에 붕대와 보호대를 풀어헤칠 정도로 성격이 급하다. 민 의원도 열살 때 맹장 수술을 받고 이틀 만에 퇴원해 집까지 30분을 걸어갔다. 자신과 닮은 듯 다른 생명체를 만나 변화한 민 의원은 “내가 개, 고양이에 이렇게 관심 갖게 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오비는 거실 가운데 나른하게 누워 감기는 눈을 애써 뜨려 했다. 그런 이오비를 ‘오비씨’라고 부르며 한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는 ‘지쳤나 봐’ 하고 말했다.
글·사진 임세연 교육연수생 seyouny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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