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8 10:19
수정 : 2017.08.25 14:09
미국 1억6340만마리 사료, CO² 6400만톤 배출
미국인 육식 소비로 배출하는 분량의 약 4분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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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사료를 만드는 데도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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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맞았다. 덩달아 반려동물들의 사료 소비량도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축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사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까?
반려동물 사료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 생산·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리키는 탄소발자국 개념을 반려동물에게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학술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개와 고양이 사료의 환경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기르는 반려동물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연간 1360만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같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연간 이산화탄소 6400만톤에 이른다. 이 엄청난 양이 인간이 반려동물에게서 얻는 유무형의 효과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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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견의 식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주행거리 1만킬로미터인 소형 SUV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배에 이른다는 계산 결과도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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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섭취량은 미국인 전체의 19% 수준
육식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4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닭고기 1㎏은 이산화탄소 3.7㎏, 돼지고기 1㎏은 이산화탄소 24㎏을 각각 발생시킨다. 특히 쇠고기 1㎏을 얻으려면 최대 1000㎏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5년 전 미 UCLA의 지리학자 그레고리 오킨 박사의 단순한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개와 고양이가 먹는 사료에 대해서는 왜 환경 영향 측정치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 애완용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요구되는 칼로리 섭취량, 미국에서 시판되는 애완 동물 사료의 성분, 그리고 사료 성분 중 어떤 것이 동물성인지를 계산해 비교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나라다. 반려동물 수가 2015년 기준 1억6340만마리(개 7780만마리, 고양이 856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인 2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오킨 박사의 계산 결과, 미국인들이 기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미국인 전체의 19% 수준이었다. 오킨은 “이는 6600만 프랑스 인구가 소비하는 칼로리량과 비슷한 양“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려동물의 동물성 칼로리 섭취량만 놓고 보면 인간의 33%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개와 고양이 식단의 육류 비중이 사람의 식단보다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국가 단위로 환산해 순위를 매기면 러시아, 브라질,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5위의 소비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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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려동물이 배설하는 분변은 사람 9천만명의 배설량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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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변량은 미국인 9천만명 맞먹는 510만톤
미국의 반려견과 반려묘가 먹는 사료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6400만톤은 미국인의 육식 소비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2억6천만톤의 약 4분의1에 이른다. 오킨 박사는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고급 사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료에서 육류 성분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오킨은 그렇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며 다만 반려동물의 사료에 들어 있는 환경적 의미에 대해 각성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뤄진 한 연구에서는 중간 크기 반려견의 식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주행거리 1만킬로미터에 이르는 소형 SUV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배에 이른다는 계산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오킨 박사는 반려동물 사료의 육류화 현상은 반려동물 제품들의 인간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그는 반려동물 주인들을 향해 이런 조언을 했다. “개들은 순수한 육식동물이 아니라 잡식동물이다. 가축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전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키웠다. 따라서 반려동물 주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필요 단백질을 비동물성 공급원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개와 고양이가 배설하는 분변량은 사람의 30%이며, 연간 510만톤을 배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인 9000만명의 배설량과 맞먹는 양이자, 매사추세츠주 인구 660만명이 배출하는 쓰레기 총량을 웃도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분변과 달리 이는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져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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