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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8 15:48 수정 : 2017.08.18 17:11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17일 종복원워크숍서 포유류전문가 한성용 박사 발표
“2003년 이후 오대산, 용화산 등 곳곳 서식증거 포착”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리산에서 전해오는 곰 이야기에 익숙지다보니 ‘반달곰’ 하면 으레 ‘지리산’을 떠올리게 된다. 2015년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KM-53’이 얼마전 경북 김천의 수도산까지 갔다가 두 차례나 지리산으로 다시 잡혀와 결국 자연적응훈련장에 갇혔다는 소식은 지리산 이외 지역에는 반달곰이 살 수 없거나 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그럴까

17일 오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반달가슴곰과 공존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는 반달곰이 지리산 이외 지역에도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수달연구센터의 한성용 소장은 이날 발표에서 “반달곰은 지리산 권역에만 복원돼 살아가고 있고 다른 지역에는 야생의 반달곰이 없을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지만 지리산 이외 지역에도 반달곰이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자문위원이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종보존위원회(SSC)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포유류 전문가다.

한 소장이 단순한 목격담은 모두 제외하고 발자국 사진이나 곰이 나무에 올라가면서 나무에 남긴 발톱자국 사진과 같은 증거 자료와 함께 제시한 지리산 이외 지역 곰 확인 사례만 2003년 이후 8건에 이른다. 2003년 전라북도 덕유산, 2004년과 2009년 강원도 화천 용화산, 2009년 강원도 양구 지역과 속초·양양 지역, 2005년과 2015년 오대산 일대, 2016년 강원도 인제-고성 비무장지대 등이 그런 곳들이다. 한 소장은 “2003년이나 2004년에 서식 증거가 확인된 곰들도 해당 지역에서 이후 곰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없다는 점과 야생에서 곰의 수명이 20년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 소장이 이날 공개한 증거 자료에 대해서는 워크숍에 참석한 어느 전문가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특히 비교적 최근인 2015년 강원도 홍천군 내면 오대산국립공원의 한 나무에서 발견된 발톱 자국에 대해 지리산반달곰 복원사업에 참여해온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 양두하 차장은 “발톱 자국의 형태로 볼 때 곰이 만든 것이 확실하다. 나무에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동물은 곰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흔적을 남긴 곰이 일제 강점기때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해수구제 명목의 사냥과 이후 밀렵에서 용케 살아남은 반달곰인지, 아니면 농가의 사육시설에서 길러지다 탈출한 반달곰인지는 알 수 없다. 한 소장이 제시한 곰 출현 사례 가운데 2009년 강원도 화천 용화산에 나타났던 곰 1마리만 생포돼 사육장에서 탈출한 곰으로 확인됐을 뿐 나머지는 추적되지 않았다. 국내 농가에서 사육해온 곰은 지리산에서 복원되고 있는 반달곰과 계통은 다르지만 대부분 반달곰이어서, 탈출한 사육곰도 반달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경부 곰 사육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현재 전국 36개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곰 660마리 가운데 95%인 628마리가 반달곰이다.

2015년 강원도 홍천군 내면 국립공원오대산 안의 한 나무에서 발견된 곰의 발톱 자국.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한 소장은 “이들이 설령 사육곰이었다고 해도 산에서 마을로 내려와 민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야생의 먹이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면 더이상 사육곰으로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리산 이외의 다른 산에도 곰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1983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설악산, 지리산, 점봉산 등에 당시까지 50여마리의 반달곰이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반달곰 종복원 사업을 준비하던 2001년에 낸 ‘반달가슴곰 서식실태 정밀조사(1997~2000)’ 보고서에서 지리산과 설악산-점봉산, 오대산-계방산-양양, 태백산 등 7개 권역에 모두 21마리의 반달곰이 서식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한 소장이 제시한 사진 자료에 나타난 발자국이나 발톱 자국의 주인공이 이들 야생곰 가운데 한 마리일 가능성은 없을까?

양 차장은 “곰의 수명을 감안하면 2001년 국립환경과학원 정밀조사 보고서에서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했던 개체 가운데 어린 개체들은 지금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제는 반달곰은 지리산 권역에서만 복원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 이외 지역에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지리산국립공원 구역만이 아닌 전국적인 반달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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