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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3 11:04 수정 : 2017.08.25 13:40

지난 20일 밤 서울 압구정동 한강 유람선에서 진행한 비건·퀴어·페미니스트 파티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에서 외국인들이 채식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강 유람선 ‘비건 크루즈 파티'
완전 채식 요리 즐기는 시간
새벽 2시까지 500명 몰려 열기

지난 20일 밤 서울 압구정동 한강 유람선에서 진행한 비건·퀴어·페미니스트 파티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에서 외국인들이 채식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가 오다 그치길 반복하던 지난 20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한강 유람선의 번쩍이는 불빛은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꺼지지 않았다. 완전 채식 ‘비건’을 위한 선상파티 ‘제1회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가 열렸기 때문이다. ‘살균제 달걀’ 사태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비 소식에도 유람선 3층은 50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 붐볐다. 친구와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비건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면 그만이었다.

유람선은 각종 비건 핫도그, 비건 쿠키, 비건 버거, 콩고기 바베큐 등 비건 음식을 파는 부스로 채워졌다. 육류, 달걀, 우유 등 동물성 재료가 일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다. 고구마 버거를 입에 한 움큼 물었다. 현미, 대두, 버섯, 들깨 양파 등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패티가 들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고구마가 양파와 토마토 양상추와 함께 입에서 녹았다. 빨간 소스에 버무린 현미 라이스볼은 시중에 파는 닭강정과 별반 차이 나지 않았다. 비건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파티에 참여한 성수동에 사는 신미숙(47)씨는 “채식요리로 단백질 섭취는 어렵겠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고기보다 양질의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람선은 각종 비건 핫도그, 비건 쿠키, 비건 버거, 콩고기 바베큐 등 비건 음식을 파는 부스로 채워졌다.
지난 20일 서울 압구정동 한강 유람선에서 진행한 비건·퀴어·페미니스트 파티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비가 오는데도 야외에서 우산을 들고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를 위한 파티인 만큼 퀴어, 페미니즘 관련 상품을 판매했고 남녀구분 없이 사용하는 젠더프리 화장실이 준비됐다. 경품 추첨을 통해 채식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베지닥터’ 상담권, 섹슈얼리티 상담권, 비건 식단을 관리해주는 비건 트레이너 상담권 등을 제공했다. 파티 준비에 참여한 비건 동물권 단체 오로지순하리 ‘린(활동명)’ 대표는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페미, 퀴어, 장애인 등 여러 가지 차별 문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밌는 파티를 만들어보았다”며 “젠더프리 화장실은 성 정체성 편견 없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식을 하면 산채비빔밥만 먹는다는 생각에 재밌게 놀지 못할 거란 편견이 있다. 비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참석한 사람들은 국내에서 채식을 실천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1년 동안 채식을 해온 박준희(24)씨는 “그나마 다니는 학교에 채식 메뉴가 구비되어 있고 친구들이 이해해줘서 다행이지만 일반 레스토랑만 가더라도 채식 메뉴가 없다”고 설명했다. 채식을 하진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파티에 참여한 대학생 박재현(22)씨는 “채식을 하고 싶더라도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집에서 혼자 요리를 할 땐 비교적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고기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부스를 돌며 채식 음식을 즐기고 있다.
채식인들은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채식을 해온 미국인 조던 매튜(24)는 “채식 레스토랑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하고 채식요리 조리법을 조금만 익히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일주일 우유와 유제품만 먹는 락토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 박민지(20)씨는 “평소 제품을 살 때 성분표기를 확인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채식 운동을 제안했다.

공장식 축산, 동물권,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채식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학교·군대·수감시설 등에서 채식은 여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10년 동안 채식을 해온 이현정(33)씨는 “이번 살충제 달걀 문제도 결국 공장식 축산 등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비인도적인 사육방법에 반대해 행동으로 옮기고자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은 전체 인구의 1~2%인 약 100만 명을 채식 인구로 추정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은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 3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글 사진 임세연 교육연수생 seyounyim@gmail.com,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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