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7 10:57
수정 : 2017.10.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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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산림조합 작업단이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5번국도 변 야산에서 감염목 주변의 소나무류를 벌목하고 있다. 춘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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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지역 감염목 민통선 남쪽 7km까지 접근
김현권 의원 “남북관계 영향 줄 수 있어…확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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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산림조합 작업단이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5번국도 변 야산에서 감염목 주변의 소나무류를 벌목하고 있다. 춘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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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소나무에 치명적인 재선충병이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 통제선 남쪽 7km까지 북상해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7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민북지역 인접지역 소나무재선충 발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방제역량이 부족한 북한에 재선충병이 침투하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는 산림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발견되지 않았던 경기도 파주시의 민간인 통제선 남쪽 10km 지점에서 올해 처음 감염목 8그루가 발견됐다. 경기도 연천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지난해까지 17그루였다가 올해 48그루로 늘어나며, 최대 북상지점이 민간인 통제선 남쪽 7km까지 도달했다. 산림청에서 작성한 소나무재선충 매개충 북방수염하늘소의 서식지 분포도를 보면 연천은 물론 민간인 통제선에서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사이의 민북 지역인 강원도 양구에도 재선충 매개충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민북 지역 인근의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방제를 소홀히 하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까지 진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실제 재선충 방제에 성공해 2008년 청정지역으로 지정됐던 울산 동구는 2013년 재선충이 재발했을 당시 감염목이 12그루였으나, 지난 4월 현재 감염목이 1만4374그루로 급증한 상태다.
이에 대해 남북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군사당국이 ‘사계청소’라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 비무장지대 안 수목을 제거했기 때문에 매개충을 북으로 전파시킬 소나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산림청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북방수염하늘소는 강한 바람이 있는 경우 4km까지 이동 가능하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의 역학조사에서 자연확산 13건 가운데 6건에서 2km 이상 확산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철책 사이의 폭은 정전협정 당시 4km로 설정됐으나 이후 남북한이 조금씩 침범하면서 북방수염하늘소가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진 상태다.
김 의원은 “재선충병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사후방제에 치중하였다면 이제부터 예방방제에 집중해야 한다. 민북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방제 예산을 투입하여 적시에 방제저지선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일본에서는 이미 소나무를 거의 전멸 상태로 만들었고, 대만에서는 정부가 방제 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확산된 상태다. 또 북한에도 남한에서는 아직 넘어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유입된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0년 정광수 당시 산림청장은 한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 역시 재선충병이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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