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9 11:59
수정 : 2017.10.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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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환경단체의 내성천 어류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1급 어류 흰수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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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방류 1만마리 중 이후 최대 237마리만 발견
이용득 의원 “영주댐 치부 감추려 사지로 몰아넣은 것”
서식환경 고려 않은 방사는 국제 종복원 원칙에도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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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환경단체의 내성천 어류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1급 어류 흰수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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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가 영주댐 공사로 낙동강 상류 내성천에서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사라지는 것을 막겠다며 진행해온 인공증식·방류사업이 멸종위기종 복원 원칙을 무시한 전시성 사업임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하천의 바닥에서 살아가는 한국 고유종으로, 하상구조가 모래로만 이루어진 내성천이 주 서식지였다. 그러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영주댐 건설 공사로 흰수마자 서식지가 수몰되게 되자 수자원공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모두 3회에 걸쳐 인공증식한 흰수마자 어린 물고기 1만마리를 방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19일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영주댐 흰수마자 인공증식 복원 용역 보고서’를 분석해, “이렇게 방류된 1만 마리의 흰수마자 새끼 가운데 사후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최대 개체수는 237마리이며, 이마저 시간이 흐르면서 발견되는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류된 흰수마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날은 2016년 3차로 5000마리를 방류한 뒤 20일째 모니터링에서다.
방류된 어린 흰수마자들이 사라진 것은 내성천이 흰수마자가 서식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014년 한국어류학회지에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흰수마자가 선호하는 서식처는 잔잔한 여울이 흐르고 굵기 1㎜ 이하의 모래가 95% 조성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래의 크기는 흰수마자의 서식 환경의 가장 큰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생물다양성연구소가 작성한 ‘영주댐 수몰지 내 흰수마자 서식 개체군 이주 및 인공증식 복원 용역 보고서(2014~2015년)’는 “전반적으로 (내성천의) 흰수마자 서식처의 모래 입도가 2014년 조사 결과에 비하여 다소 굵어진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의원은 “보고서를 보면 내성천 흰수마자 모니터링 지점의 1㎜이하 모래 비율은 62%~80% 수준이었으나, 2015년 모니터링에서는 조사대상 7개 지점 중 6개 지점의 1㎜ 이하 모래비율이 30%~54% 수준인 나타났다”며 “이것이 흰수마자 서식처의 감소와 흰수마자의 먹이 자원의 분포에도 변화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자원공사가 흰수마자가 살지 못하는 사지에 흰수마자를 몰아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되는 생물이 살아갈 서식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생물 방사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복원 원칙과도 맞지 않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복원 매뉴얼은 멸종위기종 방사에 대해 “과거 절멸 사례의 원인이 됐던 위험요소가 정확히 파악돼 제거됐거나 충분히 감소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마지막 4대강 사업이라는 영주댐 건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흰수마자를 마구 방류하고 있지만 실제로 서식지는 파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경부에 내성천 흰수마자 서식처 복원과 관련해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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