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
한겨레-아이쿱 ‘바디버든 프로젝트’ 결과
식품첨가물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피하는 식습관, 생활화학용품 사용량을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 쓰는 노력, 손을 자주 씻고 물을 많이 마시는 생활습관 등이 우리 몸이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부 환경호르몬 물질은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제도적 뒷받침 없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완전히 피하거나 노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겨레>와 아이쿱생활협동조합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전국의 시민 495명과 함께한 ‘바디버든 줄이기’ 체험 프로젝트의 최종 분석 결과다.
집에선 생활용품 플라스틱 줄이기부터 손 자주 씻기먹거리는 가공식품·포장음식·외식 자제했더니
페놀 64%·프탈레이트 26% 감소
495명 몸속 유해물질 줄이기 체험 손 씻기·물 마시기 효과 있지만
개인 노력만으론 노출 감소 한계
정보공개 확대 등 제도 개선 필요 바디버든은 인간의 몸속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으로, 체험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지역별로 조를 짜 이 가운데 특히 대표적 환경호르몬인 환경성 페놀류와 프탈레이트를 줄이기 위한 생활을 2주씩 실천했다. 삼푸, 린스, 방향제 등의 사용을 줄이거나 환경호르몬 성분이 안 들어간 제품으로 바꿔 쓰는 것은 기본이었고, 식품을 통한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과 포장음식을 피하는 것은 물론 외식까지 자제했다. 생활하면서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다양한 물건에 접촉할 수밖에 없는 손을 자주 씻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규칙적 운동으로 땀을 흘려 몸속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의 배출을 돕는 노력도 곁들였다. 체험 시작 전 참가자들의 소변에서 측정 대상으로 설정한 환경성 페놀 17종을 확인해본 결과, 분석시료의 50% 이상에서 비스페놀-에이, 비스페놀-에스, 트리클로산, 벤조페논-3,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등 7종이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2주 체험 뒤 제출한 소변 속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변화를 보였다. 감소 폭이 가장 적은 비스페놀-에스의 기하평균(GM) 농도가 체험 전 0.65㎍/L에서 체험 뒤 0.52㎍/L로 20% 내려갔고, 감소 폭이 가장 큰 프로필파라벤은 평균 1.23㎍/L에서 0.44㎍/L로 64%나 뚝 떨어졌다. 프탈레이트류 대사산물 11종 가운데는 디에틸프탈레이트(DEP)와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의 대사산물 각 1종과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대사산물 2종 등 모두 4종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됐다. 4종의 기하평균 농도가 모두 감소하는 쪽으로 움직였고, 감소 폭은 10~26%였다. 이런 감소 폭은 작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평소 프탈레이트류 농도가 평균적 한국인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에서 달성된 것임을 감안하면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95%가 여성인 참가자들이 체험 전 제출한 소변 속 프탈레이트류 농도는 환경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2기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2012~2014년)에서 측정된 한국인 여성 평균 농도의 2.7~34.4%에 불과했다. 참가자들의 평상시 환경호르몬 농도가 이처럼 낮은 것은 이들 대부분이 평소에도 유기농 식품이나 친환경 생활용품을 주로 소비해온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주부이거나 이들의 가족인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원 측정팀장은 “프탈레이트류 가운데 디에틸프탈레이트(DEP)의 대사산물은 바디워시, 바디로션 등의 개인위생용품과 화장품, 향수 등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 쓰거나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유의하게 감소했고,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의 대사산물은 플라스틱 식기 사용을 줄임에 따라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환경호르몬 회피는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실이 지표로 확인됐다. 외부 스트레스로 발생한 체내 산화물질의 정도를 나타내는 산화손상지표 변화를 측정해본 결과, 참가자의 67%의 산화손상지표가 체험 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7일 서울 아이쿱생활협동조합에서 ‘자연드림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참가자들이 체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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