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1 13:35
수정 : 2017.11.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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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고층빌딩들이 미세먼지에 흐리게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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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국제학술지 랜싯 발표 카운트다운 보고서
“한국 미세먼지 조기사망자 5526명 농업 탓"
기여율 28.6%, 공장·자동차 제치고 1위로 제시
국내 전문가들은 분석 결과 신뢰도 평가 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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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고층빌딩들이 미세먼지에 흐리게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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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국제 의학전문지 랜싯이 31일 한국에서 2015년 미세먼지(PM2.5)로 발생한 조기사망의 28.6%가 농업 때문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내놨다. 아무도 말하기를 꺼린 한국 농업의 진실을 폭로한 것일까 아니면 국내외에서 종종 발표되는 조기사망자 추정의 허술함을 드러낸 것일까.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후자 쪽으로 기운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기상기구(WMO), 세계은행, 런던대 등 전 세계 2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보건 관련 연구 공동체인 ‘랜싯 카운트다운: 건강과 기후변화 흐름 추적’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 <공공보건을 위한 전세계적 변화에 손놓고 있었던 25년>에서 미세먼지에 의해 2015년 한국에서 조기사망한 사람을 1만9355명으로 추정했다. 이 규모는 다른 연구기관에서 앞서 발표한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놀라운 것은 전체 조기사망자수를 석탄화력발전소, 나머지 공장, 교통, 가정, 폐기물, 국제운송, 농업, 자연, 기타 등 9가지 주요 미세먼지 발생원별로 세분한 결과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도 각종 공장들도 경유자동차도 아닌 농업 부문으로 제시돼 있다. 농업 부문에서 발생시킨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자는 5526명으로 전체 미세먼지 조기사망자의 28.6%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제외한 공장 5171명, 교통 3406명, 가정 1478명, 국제운송 1470명, 석탄화력발전소 887명 순이었다. 한국의 미세먼지에 따른 조기사망에서 농업 부문이 차지하는 기여율 28.6%는 랜싯 보고서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권 21개 나라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것이다. 랜싯 보고서는 이 분석 결과에 대해, 대기화학수송 모델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의 배출원별 기여율을 계산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2013년 세계질병부담(GBD)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론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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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의학전문 학술지 랜싯 발표 카운트다운 보고서에 실린 2015년 아시아 국가들의 미세먼지(PM2.5)에 의한 100만명당 조기사망자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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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고, 대기 중에서 2차 미세먼지를 형성하는 암모니아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농업이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의 주범이라는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
이런 분석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장재연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농업이 생산량에 비해 연료도 많이 쓰고 물도 많이 쓰는 등 실제 에너지 부담이 큰 산업이기는 하지만 크게 내려가 있는 농업 부문 비중을 고려할 때 신뢰하기 어렵다. 보고서에서 많은 나라들의 많은 부문 다루는 과정에서 나온 오류 아닌 오류, 지나친 단순화의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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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랜싯의 카운트다운 보고서에 제시된 아시아권 나라들의 미세먼지(PM2.5)에 의한 2015년 조기사망자 분석 결과의 원자료. GSC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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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 전문가인 연세대의대 임영욱 교수(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임 교수는 “농촌에 불법 소각 문제가 많고 농약이나 비료 등도 대기오염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농촌 인구 등으로 미뤄볼 때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기공학자 쪽에서는 좀더 직설적인 비판이 나온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랜싯 보고서의 대기오염 조기사망자는 정부 보고서, 대기오염 농도 측정자료, 학술논문 등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모델모사를 해 추정한 것인데, 그 과정에 너무나 많은 가정이 들어 있어 대기전공자 입장에서는 많은 무리수를 둔 추정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분석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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