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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6 10:26 수정 : 2017.11.06 13:48

2017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이 열린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시장을 찾은 청소년들이 자전거 페달을 굴려 생산한 전기로 솜사탕을 만들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환경부 주최 최대 친환경박람회
내실 없는 행사에 관람객들 ‘뚝’

3년 새 절반으로 줄어든 전시장
신제품 아닌 정책 홍보장 보는 듯
참여업체 “돈·시간 낭비하는 셈”

2017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이 열린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시장을 찾은 청소년들이 자전거 페달을 굴려 생산한 전기로 솜사탕을 만들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친환경 제품·기술·서비스 분야를 종합 전시하는 국내 최대 친환경 박람회 ‘2017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이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2005년 ‘친환경상품전시회’에서 출발해 2013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바뀐 이 행사의 영문 이름은 ‘에코-엑스포 코리아 2017’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주최기관이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한국 대표 친환경 박람회임에 틀림없다.

2014년 친환경대전을 관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2일 전시장을 찾았다. 3년 사이에 훨씬 다양해진 친환경 제품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곧 빗나갔다. 올해 친환경대전은 외형이나 내실 면에서나 그 명칭에 걸맞지 않았다.

우선 전시장 규모부터 3년 전보다 확연히 위축돼 있었다. 2014년에는 코엑스 1층의 에이(A)홀과 비(B)홀을 모두 사용했던 전시장이 올해는 3층의 시(C)홀에 한 곳만 사용하고 있었다. 전시장이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별다른 전시품 없이 포스터벽만 세워놓은 환경부 산하 기관과 관련 단체들의 홍보 부스들은 한결같이 널찍했다. 한 환경부 산하 단체 관계자는 “친환경대전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참여업체들이 적어 공간이 많이 남다 보니 우리한테 배정된 공간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간 배치에서는 올해 친환경대전이 참여업체들의 친환경 제품이나 기술 전시보다는 환경부 산하 기관·관련 단체들이 총동원된 환경정책 홍보가 중심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참여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보아도 이런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2014년 친환경대전 때만 해도 엘지전자, 르노삼성자동차, 이마트,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참여해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고, 도요타자동차 같은 외국계 기업까지 전시에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 별도로 부스를 낸 대기업은 현대·기아차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시된 친환경 제품들도 기대에 못 미쳤다. 친환경 세제와 방향제, 가정용 음식쓰레기 처리기, 각종 절수 제품, 재활용 화장지, 식물성 수지로 코팅돼 환경호르몬이나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종이컵, 친환경 벽지와 도료, 폐기물을 재활용한 건축자재, 전기자전거, 공기청정기 등으로 구색은 갖췄으나 3년 전과 비교해서는 다양성이 떨어졌다. 당시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부스를 설치하고 베란다용 소형 태양광발전기 제품, 전기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게 한 운동기구 등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던 것에 비하면 볼거리도 확연히 줄었다.

그나마 제법 많은 관람객이 발길을 멈춘 곳은 환경부가 선정한 에코디자인 가운데 상품화가 거의 마무리된 제품들을 주로 소개한 에코디자인 홍보관이었다. 여기에 전시된 워터레스랩의 진공흡입식 좌변기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변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갈아서 배출해 물 사용량을 줄인 것은 물론 종종 발생하는 배관 막힘까지 해결할 아이디어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워터레스랩 한승준 대표는 “기존 절수형 변기의 물 사용량이 6리터이고, 변을 물로 밀어내는 물리적 방식의 물 사용 한계가 4리터인데, 진공 흡입식의 경우 1.8리터로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600와트의 전기를 1회당 5초 정도 사용하는 데 불과해 전기 소비는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2017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관람객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에 마련된 에코디자인 전시장을 찾아 출품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상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키친가든의 소형 수경재배기는 주부들의 눈길을 끌었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수경재배기를 가정에서 사용하기 쉽게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상자 형태로 축소시킨 것으로, 뚜껑만 바꿔가며 다양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고안된 제품이다. 집에서 식물을 수경재배하다가 불편함을 느껴 직접 재배기 개발에 나섰다는 최이경 키친가든 대표는 “재배기 하나에서 쌈채소 6포기를 무농약으로 키울 수 있어, 보통 가정에서 재배기 3개 정도에 상추를 재배하면 집에서 먹고 옆집까지 나눠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오존을 발생시켜 화학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 사용을 최소화한 식자재 세척기, 에너지 효율을 높여 대기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한 휴대용 미니화덕, 칼날만 교체해 계속 쓸 수 있게 만든 네일아트용 니퍼, 왕겨나 땅콩껍질 등 버려지는 농업 부산물을 재활용한 숯연탄, 촛불 하나로 휴대폰 충전까지 가능한 엘이디(LED) 램프, 나무에서 뽑아낸 펄프 대신 농업 부산물인 밀짚으로 만든 화장지 등도 눈에 띄었다.

평일 오후라는 점을 고려해도 전시장에는 관람객보다 참여업체나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오히려 더 많아 보였다. 부스를 설치해 운영 중인 참여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행사를 준비한 쪽의 홍보 부족”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옥수수 녹말을 주성분으로 한 식물성 수지로 코팅해 유해물질과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종이 제품을 전시 중인 한 참여업체 관계자는 “매년 참가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관람객이 줄면서 참여해도 홍보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물 사용량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는 절수형 샤워헤드를 전시하고 있는 에코세이브미 김학분 이사는 “기업 사람들이나 일반 소비자 관람객은 별로 없고 학생들만 주로 찾는다. 이런 정도면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4일 동안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예상대로였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주부 이정숙씨는 “새로 나온 제품들을 살펴보고 맘에 드는 게 있으면 구입하려고 거의 빠지지 않고 오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도 보이지 않고 올해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와 각종 생활용품 속 유해물질 검출 등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대전이 갈수록 위축되는 것은 결국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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