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3 12:00
수정 : 2017.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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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알갱이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치약.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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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외 검출량 보다는 작아…우려할 정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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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알갱이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치약.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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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새우, 물고기 내장, 소금 등 다양한 수산물 속에서 발견돼 해양 생태계 교란과 인체 위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일부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과 먹는샘물 등 식수에서도 미량 검출됐다. 그러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환경부는 4대강 수계 24개 정수장의 물과 서울시·한국수자원공사가 생산하는 수돗물 병입수 2개 제품, 먹는샘물 6개 제품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조사해본 결과, 서울 영등포, 인천 수산, 용인 수지 등 3개 정수장의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과 수돗물 병입수 2개 제품 모두, 먹는샘물 1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23일 밝혔다. 국내에서 먹는 물 속 미세플라스틱 실태조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세플라스틱은 공업용 연마재, 각질제거용 세안제, 화장품 등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생산되거나 페트병, 스티로폼 등 큰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서 생성되는 작은 플라스틱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수산물 속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환경부 조사는 통상 지름 5㎜ 이하 크기로 분류되는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지름 1.2㎛가 넘는 것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4개 정수장 가운데 12개 정수장에 들어온 원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인천 수산정수장 1곳에서 원수 1ℓ당 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4개 정수장에서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 조사에서는 서울 영등포, 인천 수산, 용인 수지 등 3개 정수장 수돗물에서 1ℓ당 각각 0.4개, 0.6개, 0.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그러나 수도권 10개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 곳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 상수도 원수는 대부분 지표수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섞여드는 것을 막기 어렵다. 또 정수장의 정수처리 공정도 대부분 외부에 개방돼 있어 먼지 크기의 미세한 플라스틱이 날아들어갈 가능성이 상존한다.
서울시와 수자원공사의 수돗물 병입수 제품에서는 1ℓ당 각각 0.2개와 0.4개가 검출됐고, 먹는물 1개 제품에서는 1ℓ당 0.2개가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수돗물과 병입수·먹는샘물 제품만을 대상으로 2차 검사에서는 용인 수지정수장의 정수 처리된 수돗물에서만 1ℓ당 0.2개가 검출되고, 나머지 수돗물과 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지난 9월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전 세계 14개국의 수돗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검출된 양보다는 작은 양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오브 미디어’는 미국, 독일, 인도 등 14개국 159개 수돗물 시료를 조사한 결과 8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1ℓ에 평균 4.3개꼴로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단체의 조사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의 수돗물 미세플라스틱 조사는 이 단체의 발표를 계기로 국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둘러 진행됐다.
환경부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외국정부 대응 상황,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 및 국내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먹는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국민보건 관리 차원에서 세계보건기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보조를 맞춰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에게 노출되는 보다 다양한 경로와 인체위해성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의 해외 사례 조사 결과, 미세플라스틱을 수돗물 수질기준으로 설정한 국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희송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향후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추진하여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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