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30 12:00
수정 : 2017.12.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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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에 알을 낳을 구멍을 뚫으려고 자세를 잡은 도토리거위벌레 암컷. 국립생태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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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기계연구원, 도토리거위벌레 큰턱 모방
입구 좁지만 내부 넒게 파내는 ‘확공형 드릴’ 개발
괴사조직 표면 손상 줄이며 제거하는 의료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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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에 알을 낳을 구멍을 뚫으려고 자세를 잡은 도토리거위벌레 암컷. 국립생태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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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크로, 철조망, 비행기 날개, 낙하산.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물건들 사이에는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생물체를 모방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는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엉겅퀴 열매, 철조망은 가시덤불, 비행기 날개는 새의 날개, 낙하산은 민들레홀씨를 본따 나오게 됐다. 비교적 최근에는 상어의 껍질을 모방한 수영복이 개발돼 수영선수들의 기록 단축에 도움을 주었고, 혹등고개 지느러미와 가리비 조개의 줄무늬를 모방해 에너지 효율과 소음을 줄인 에어컨 실외기 팬을 개발 중인 국내 전자회사도 있다.
생물모방, 생체모사 또는 자연모방(모사) 등으로 불리는 이 범주에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도토리거위벌레의 큰턱을 본딴 드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속에 알을 낳는다. 이 벌레가 알을 낳아 놓은 도토리를 잘라 단면을 보면, 구멍 입구는 좁지만 알이 들어 있는 속은 넓은 호리병 형태다. 어떻게 매끈거리고 딱딱한 도토리 껍질에 구멍을 뚫어 이런 형태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을까? 비밀은 자신의 날개 만큼이나 긴 주둥이에 끝에 붙어 있는 한 쌍의 큰 턱에 있다. 마치 여러 개의 가위처럼 움직이는 한 쌍의 큰 턱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이런 구멍파내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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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거위벌레의 긴 주둥이 끝에 달려 있는 큰턱. 여러 개의 가위가 합쳐져 있는 듯한 모습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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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거위벌레가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 놓은 도토리의 단면. 왼쪽의 알이 들어 있는 구멍을 보면 입구는 좁고 속을 넓은 호리병 형태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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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은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이러한 도토리거위벌레 큰 턱의 움직임을 본 따 들어가는 입구는 작으면서도 내부 공간은 넓게 파낼 수 있는 ‘확공형 드릴’ 기술을 개발해 최근 특허를 출원했다고 30일 밝혔다. 확공형 드릴은 일반적인 드릴의 회전 모터에 구멍 뚫는 칼날의 길이를 조절하는 수평방향 모터를 추가해 도토리거위벌레처럼 구멍 뚫기와 넓히기를 동시에 하며 효과적으로 내부를 파낼 수 있게 설계됐다. 국립생태원은 이번에 개발한 확공형 드릴이 물체의 표면은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내부를 절삭할 수 있어 의료용이나 공업용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옥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정형외과 전문의 자문 결과, 이 드릴을 이용한 수술 기구가 만들어지면 괴사한 인체 내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때 표면을 크게 손상하지 않으면서 괴사 조직을 제거할 수 있어 회복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며 “소형화와 인체 안전, 내구성 강화 등 의료기로 실용화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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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거위벌레의 큰 턱과 구멍뚫는 모습을 모방해 만든 확공형 드릴 시제품을 분해해 놓은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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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거위벌레의 모방해 만든 확공형 드릴 시제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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