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6 17:02
수정 : 2017.12.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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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중국으로 밀반입되다 중국 해관(세관)에 적발된 상아 제품들. 트래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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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 “일본은 세계 최대 상아시장이자 상아 가공산업 고향“
압류 상아 데이터베이스(ETIS) 집계 세계 수출 상아 95% 일본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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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중국으로 밀반입되다 중국 해관(세관)에 적발된 상아 제품들. 트래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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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빌미로 한 포경과 잔혹한 돌고래 학살로 악명 높은 일본이 이번엔 코끼리 밀렵의 결과물인 상아 거래의 중개기지 역할로 국제 환경단체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주 전 세계적인 야생동식물 거래 감시 네트워크인 트래픽(TRAFFIC)이 작성한 ‘상아의 탑들:일본의 상아 거래와 국내 시장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일본을 “세계 최대의 상아시장 가운데 하나이자 활발한 상아 가공산업의 고향이며, 개인 소장 형태로 상당한 규모의 가공되지 않은 상아 비축을 조장하는 나라”로 규정했다.
이 보고서에 제시된 ‘불법 거래 상아 압류 데이터베이스’인 이티아이에스(ETIS·Elephant Trade and Information System) 집계 결과를 보면,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일본에서 불법 수출되다 주로 중국의 법집행 기관에 압류된 상아나 상아제품은 모두 2.42톤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이 불법 수입으로 압류한 상아나 상아제품은 43㎏에 불과해, 상아 불법 거래 적발에 소극적인 일본의 태도를 방증한다.
자연기금은 “이티아이에스 자료에 잡힌 불법 상아 거래 활동은 상아 제품들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일방적으로 수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그 비중이 무게 기준 전체 상아 불법 수출의 95%를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일본이 동아시아 시장을 목적지로 하는 불법 상아 공급원이 됐다는 결론을 더욱 강화시켜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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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공돼 중국으로 밀반입되다 중국 해관(세관)에 적발된 상아 제품들. 트래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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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이 상아 불법 거래의 징검다리가 되고 있는 것은 상아 거래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상아나 상아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도 지난해 이미 2018년부터 상아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자연기금 누리집에는 중국에서 상아 거래 금지가 시작되는 내년 1월1일 0시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까지 내걸고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상아 시장을 폐쇄하라는 국제 환경단체의 요구를 계속 거부해왔다.
일본은 뒤늦게 내년 6월부터 상아제품 제조·판매 업체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조처는 시행도 되기 전부터 불법 자금을 합법 자금으로 세탁하는 것처럼 불법 상아를 합법적 제품으로 세탁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도 이와 관련해 “트래픽이 분석해본 결과, 불법 활동과 맞서 싸우는 노력을 계속해 저해할 위험이 있는 심각한 결함들이 이미 발견됐다”며 우려했다. 세계자연기금은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본 국내 상아 시장은 잘 조직된 국제 범죄 네트워크에 일본을 불법 수출용 상아 제품을 수익성 높게 조달할 수 있는 목표로 만들고 있다”며 일본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간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상아 시장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자연기금-홍콩의 보전이사인 가빈 에드워즈는 자연기금 누리집에 게시된 발표 자료에서 “중국이 올해 말 합법적 상아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일본과 다른 나라들도 뒤따라야 한다. 매일 평균 55마리의 코끼리가 밀렵되는데 상아 시장을 계속 열어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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