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7 08:35
수정 : 2017.12.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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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얼어붙은 한강. 김봉규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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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파란 하늘]
적도·북극 기온차 줄면서
제트기류 힘이 약해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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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얼어붙은 한강. 김봉규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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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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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온난화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와는 반대 현상인 한파도 발생한다. 온난화도 한파도 사실인데 이 대립 현상은 어떻게 함께 일어나는가?
적도 지방은 북극 지방보다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으므로 남북 간에 기온 차가 커진다. 자연은 이런 기온 차이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남북 간의 기온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위도 상층에 제트기류가 발생한다. 제트기류의 풍속과 모양에 따라 남북 공기가 섞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온난화는 적도 지방보다 북극 지방을 더욱 따뜻하게 한다. 이에 따라 적도와 북극 사이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때 고립되어 있던 북극권 공기가 그 주변으로 불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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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제트기류(빨간색)와 약한 제트기류(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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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기류는 여름철 도심 상가에서 문을 열어둔 채 위에서 아래로 강한 바람을 불게 하는 장치인 ‘에어커튼’과 같은 이치로 작용한다. 에어커튼 바람이 강할 때는 상점 안쪽 시원한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반면, 에어커튼 바람이 약해지면 상점 안쪽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권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아무리 북극 지방이 따뜻해졌다 해도 우리에게는 한파로 느껴진다.
제트기류는 서에서 동으로 일직선 아니라 사행(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하며 분다. 예전에는 개개의 구불구불함이 규칙적으로 지나가 삼한사온이 발생했다. 온난화로 남북 기온 차가 작아지면,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사행 현상이 커져 블로킹된다. 블로킹은 말 그대로 공기 흐름이 ‘저지’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한파가 길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일어나며 평균 기후를 ‘지속적으로’ 따뜻하게 변화시킨다. 반면, 한파는 그보다 작은 수 천km 규모에서 발생하며 ‘일시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규모가 중첩되어 ‘온난화’와 ‘한파’라는 대립 현상이 함께 일어난다.
조천호/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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