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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7 16:05 수정 : 2017.12.27 21:58

4대강국민소송단, 4대강재자연화포럼, 4대강조사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 등 17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서 국정자문위원회와 공개 간담회에 앞서 4대강 민관합동 평가 및 재자연화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제한적인 수문 개방과 지지부진한 물관리 일원화 등을 지적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토부 물업무 환경부 이관 정부조직개편 해 넘길듯
자유한국당, 4대강 사업 파헤쳐질까 우려 반대 고수
전문가들 “정치 논리로 반대 답답…끝까지 추진해야”

4대강국민소송단, 4대강재자연화포럼, 4대강조사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 등 17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서 국정자문위원회와 공개 간담회에 앞서 4대강 민관합동 평가 및 재자연화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제한적인 수문 개방과 지지부진한 물관리 일원화 등을 지적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11년 전남 장흥댐 물을 수원으로 하는 광역상수를 함평군에 공급하기 위한 광역상수도 시설을 준공했다. 2012년부터 하루 5000톤의 물을 공급하겠다던 이 시설은 공사비 88억원만 잡아먹은 채 6년째 방치돼 있다. 환경부가 관할하는 지방상수도 시설인 함평정수장만으로도 물 공급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함평정수장의 시설용량은 하루 1만톤 규모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함평군 최대 용수수요 전망치를 감안해도 하루 965~1045톤의 여유가 있다.

이런 과잉 투자는 수자원공사가 공사에 들어가기 전 환경부와 협의만 했으면 피할 수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수도정비기본계획을 검토 승인하는 한국환경공단과 환경부 담당자는 수자원공사가 함평군에서 광역상수도 공사를 시행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사례는 곳곳에서 벌어졌다. 감사원은 2014년 ‘지방상수도 건설사업 집행실태’를 감사해, 2012년 기준 전국 162개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시설용량이 적정 시설용량보다 660만톤이나 많아 이미 투자된 설치비용 4조398억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상수도 설비 과잉 투자를 낳은 주원인으로 상수도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 체계가 국토교통부(광역상수도)와 환경부(지방상수도)로 나뉘어져 있는 점을 지목했다. 이원화된 물관리가 문제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따라 취임 직후 지시한 물관리 일원화가 자유한국당의 관련 정부조직 개편 거부로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난달 23일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개헌 논의에 집중돼 내년 초까지 연장된 임시국회 회기에도 법안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시도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물관리 일원화를 핵심으로 한 물관리 체계 개편은 지난 20여년 동안 거쳐간 모든 정부가 추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수질 관리와 국토부의 수량 관리로 크게 이원화된 지금의 물관리 체계는 1994년 국무총리 지시에 따른 직권조정으로 만들어졌다. 1991년과 1994년 잇따라 발생한 낙동강 오염사고를 계기로 한 수질개선 대책 차원에서 건설부의 상하수도 업무 가운데 광역상수도를 제외한 지방상하수도 업무와 보건사회부의 수돗물 수질 감시 업무를 환경부로 넘기도록 한 것이다.

수질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며 환경부에 기능을 몰아 준 취지는 좋았지만 수질 개선이 수량 관리와 별개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일원화돼 있던 상수도 관리 업무가 두 부처로 나눠지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원화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김영삼 정부는 1996년 물 공급과 수요 관리, 수질 관리를 통합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당시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그 뒤 김대중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물관리체계 개편안을 마련하려다 실패했고,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우선 광역과 지방으로 나뉜 상수도 업무만이라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검토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고, 18~19대 국회에만 7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이처럼 역대 정부가 모두 추진한 물관리 일원화가 실행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정부 안에서 일원화 방향을 대한 의견 통일이 안 된 데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환경부와 국토부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조직 개편 지시를 통해 두 부처의 오랜 물관리 일원화 논쟁에 결론을 내렸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물관리 일원화는 전문가들이 20여년 전부터 해온 이야기고, 지금까지 여러 정부에서 수없이 논의한 문제다. 다만 환경부 쪽으로 하느냐 국토쪽으로 하느냐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 쉽게 진행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량, 수질 관리체계 일원화’ 공약까지 내걸었던 자유한국당이 수량과 수질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려는 정부 조직 개편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수자원 개발과 규제 업무가 한 부처에 집중되는데 따른 혼선, 환경부 조직의 비대화, 물관리와 국토 관리의 연계성 부족 등 과거 물관리 일원화 논의 때마다 나왔던 반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환경부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가 지금까지 가려져 있는 4대강 사업의 치부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통과와 연계시킨 자유한국당의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정부조직 개편에서 물관리를 일원화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9월 국회에 교섭단체 3당이 참여하는 물관리일원화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그러나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지난달 11월22일까지 제5차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결했다. 관련 부처들의 보고를 받고 한 차례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것이 협의체 활동의 전부였다.

서울대 최지용 교수는 “지금까지 물관리 일원화를 못했던 것은 핵심 부처인 국토부와 환경부의 반대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두 부서가 합의를 하고 일원화 준비까지 마쳤는데는데도 정치적인 이유로 안 되고 있어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최 교수도 “정부에서 일단 결단을 내린 것을 국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렇게 발목을 잡고 있어 참 실망스럽고, 내년에 새로운 문제들이 닥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물관리 일원화는 국민의 기본적인 복지와 관련된 것인만큼 정부 여당에서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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