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1 18:37
수정 : 2018.03.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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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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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공원에 건설 추진 논란
국토부, 비용편익비 두번째 낮춰
예비조사 때 수치의 절반도 안돼
환경가치 7개월 전보다 2천배 증가
“경제성 과대계상 드러났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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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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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 추진되고 있는 전남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환경부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 재보완서’를 제출하면서 흑산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비용편익비(B/C)를 다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 보완서’를 제출하며 40%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고무줄식 평가 잣대로 흑산공항의 경제성을 부풀려 왔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국토부가 2021년까지 1833억원을 들여 흑산도 예리 일대에 50인승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1160m 길이의 활주로를 설치하려는 것으로, 현재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국립공원 환경 보전을 주장하는 쪽과 주민 편의 증진을 내세우는 쪽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환경부를 통해 받은 국토부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재보완서’를 보면, 국토부는 흑산공항 건설로 발생하는 통행시간과 통행비용 절감 등의 총편익을 공항 건설과 운영에 투입되는 총비용으로 나눈 비용편익비를 1.9~2.8로 제시했다. 1.9는 경제가 예측치보다 덜 성장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의 최저치, 2.8은 예측치 이상 성장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최대치다. 중간 시나리오에서의 비용편익비는 2.12로 계산됐다. 비용편익비는 1만 넘으면 들어가는 비용보다 얻는 편익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국토부가 흑산공항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을 바꾼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용편익비가 계속 바뀌면서 사업 타당성 분석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흑산공항 사업은 비용편익비가 4.38에 이를 만큼 경제성이 이례적으로 높게 평가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앞세워 2015년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했다. 이후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시작되면서 비용편익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지난해 7월 환경부에 2.60으로 축소한 보완서를 제출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또 비용편익비를 낮췄다. 국토부가 지난달 새로 제시한 비용편익비 2.12는 애초 비용편익비의 절반도 안 된다. 흑산공항 건설 계획이 수립돼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때까지 흑산공항의 경제성이 두 배 이상 부풀려져 있었던 셈이다.
국토부가 산정한 흑산공항의 환경 가치 손실 규모도 고무줄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보완서에서 흑산공항 건설에 따른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 손실을 국립공원 전체 면적에서 흑산공항 면적 비율만 따져 연간 약 5010만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달 재보완서에서는 경관 면적을 고려해 연간 60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국립공원 훼손을 피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한 조건부가치추정법(CVM)으로 새로 평가한 환경 가치는 연간 1034억원으로, 7개월 전 제시한 규모의 2천배가 넘는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국토부가 어떤 방법을 적용해도 흑산공항이 국립공원을 훼손하며 국민 세금만 낭비한 제2의 양양공항이 될 것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리한 사업 추진을 포기하고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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