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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3 18:32 수정 : 2018.04.03 23:04

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모습.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한국인 연간 61.97㎏ 사용해 벨기에 이어 세계 2위
1인당 연간 비닐 사용 개수는 420개로 핀란드의 100배
‘플라스틱-비닐’ 재활용 대란서 쏙빠진 과다사용 문제
EU,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단계적으로 폐지 방침 세워

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모습.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우리 집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비닐을 사용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30)씨는 지난주 일요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폐비닐을 버리지 못하고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야 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재활용 분리수거 업체가 폐비닐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되가져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폐비닐은 중국 수출 품목은 아니지만 업체들이 경제성이 떨어져 수거를 꺼려오다가 최근 폐플라스틱과 함께 수거 중단을 선언했다. 박씨가 어쩔 수 없이 되가져온 폐비닐을 집 현관에 두었는데 이번 주에 생긴 폐비닐이 더해지면서 부피는 더 커졌다. 박씨는 “이번 주부터는 버릴 수 있다고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비닐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노력하자고 가족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재활용 폐비닐·폐플라스틱 수거 거부 사태로 집안에 쓰레기가 쌓인 건 1인 가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 아무개(33)씨는 “혼자 살면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햇반을 돌려서 3분 요리와 음식을 먹는 일이 잦은데 하루에 한 끼만 그렇게 먹어도 일주일이면 포장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가방씩 생긴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생수를 사다 먹는 이씨의 집에는 버리지 못한 페트병도 쌓여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비닐 사용 개수는 420개로 하루 평균 1.15개이고, 핀란드의 100배에 이른다. 최근 있었던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책임의 화살이 환경부에 쏠리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포장용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비교. 그래픽 이재호 기자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지난해 1월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플라스틱(PVC, PE, PP, PS, PET Resin, ABS, SAN, PA, PC) 사용량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2015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플라스틱에는 음료수 등을 담는 PET 병, 가방이나 코트 등의 소재로 쓰이는 염화비닐수지(PVC)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1명이 연간 88.2㎏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대만(60.17㎏), 이스라엘(55.47㎏), 체코(49.36㎏)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는 해당 자료에서 2015년까지의 사용량을 토대로 2020년까지 예상 사용량을 추정했다. 한국은 꾸준하게 포장용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증가해 2020년에는 67.41㎏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전히 세계 2위에 이르는 수치다. 국내에서 파악한 수치를 봐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꾸준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의 자료를 보면, 3949t이었던 2011년 하루 평균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6년 5445t까지 1.5배 가까이 늘었다.

비닐 봉지 사용량도 외국과 견주어 과도하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15년 기준 한국에서 약 216억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돼 국민 한명이 1년 동안 420개의 비닐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1.15개의 비닐봉지를 쓰는 꼴이다. 이 단체는 한국의 사용량이 독일의 6배, 아일랜드의 20배에 달했고, 핀란드와 견주면 100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압축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장비로 옮기고 있다. 환경부는 폐비닐 등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수도권 3개 시·도의 48개 업체 모두가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용인/연합뉴스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3일 업체들을 상대로 폐비닐·폐스티로폼·폐플라스틱의 정상 수거를 거듭 확인했지만, 현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로 혼선을 빚고 있다. 수거업자들은 ‘들은 바 없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어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업체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설득해 ‘대란’을 우선 수습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양의 플라스틱과 비닐 폐기물이 발생하면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결국 1회 용품 등 포장용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지금의 20배로 증가할 것이다. 유통, 소비 패턴 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모습.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선진국들은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발표 이후 불필요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방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환경부는 비닐봉지 사용은 줄인데 이어 플라스틱에도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고,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인데 이어 이제는 플라스틱병에 대한 대응을 통해 바다를 깨끗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독일은 플라스틱 병에 대해 22펜스(약 330원), 스웨덴은 8펜스(약 12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고, 커피 컵과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국민들이 지나치게 포장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해서 재활용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많이 배출되면 답이 없다. 결국에는 사용량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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