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6 09:54
수정 : 2018.04.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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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 폐기물 선별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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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 폐기물 선별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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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이 재활용품으로 분리해 내놓는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일 수거업체들이 거둬온 재활용 쓰레기를 받는 수도권 48개 재활용품 선별업체로부터 정상 처리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에는 여전히 폐비닐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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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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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이 길어지는 데는 생활폐기물 처리가 고유 업무임에도 정부 뒤에 숨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이 크다. 환경부의 책임은 더욱 근본적인 것이다. 환경부는 현재 재활용품으로 수거돼 선별장으로 가는 폐비닐을 포함한 혼합플라스틱의 40% 이상이 재활용할 수 없는 이물질이라고 말한다. 분리 배출이 이 정도로 흔들릴 때까지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다. 제도 개선이든 대국민 호소든 뭐라도 했어야 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예고에 손을 놓고 있던 환경부는 지난 2일 섣부른 사태 정상화 발표로 불신을 자초했다. 그러다 5일에는 추가 대책을 발표하려다 비상 수거에 집중해야 한다며 갑자기 취소하는 등 허둥대고 있다.
폐비닐 수거 처리는 벼랑 끝에 몰린 재활용업계가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부실 사업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재활용품으로 내놓는 폐비닐의 절반가량은 이물질이 뒤섞여 선별업체들이 재활용을 포기하고 돈을 주고 소각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다. 재활용업계는 그 폐기물 처리 비용을 폐지, 고철 등을 가져가 얻는 수익으로 메워왔다. 이런 구조는 중국의 폐기물 금수로 재활용 원료 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상황에서 더 유지되기 어려웠다.
현재 모든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을 무조건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잘 분리 배출돼 나온 것은 어제도 받고 오늘도 받습니다. 분리 배출이 제대로 된 것을 처리 거부하는 선별업체는 없어요. 분리배출 규정에 맞게 오염된 것은 보내지 말고 폐기물로 처리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어요.” 한 수도권 선별업체 대표의 항변이다.
환경부의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은 음식물 등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는 일회용 봉투 등은 재활용 가능 자원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으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재활용업체의 폐비닐 수거 거부에는 어찌 보면 이런 규정 위반을 더이상 거들지 않겠다는 일종의 ‘준법투쟁’ 성격도 있는 셈이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재활용품이 어떻게든 깨끗하게 분리 수거되게 만들어보겠다고 싸웠는데, 다 받아주기로 했다고 해서 다시 지저분해져 나올까 우려하는 겁니다. 대란이 없다고 하면 안 깨끗해져요.” 또다른 회수선별업체 이사의 이 말에는 준법투쟁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아파트에 쌓여가는 폐비닐 더미는 ‘발등의 불’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업계 지원 계획이나 근본 대책 마련의 효과로 꺼지길 기다리는 것은 한가하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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