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1 18:47
수정 : 2018.05.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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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태양의 덮개> 제작자인폴트윈 핏크루 홀딩스의 다치바나 다미요시 회장. 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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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 ‘태양의 덮개’ 제작
다치바나 폴트윈핏크루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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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태양의 덮개> 제작자인폴트윈 핏크루 홀딩스의 다치바나 다미요시 회장. 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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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는 1년만에 사고가 수습됐다고 선언을 했다. 2012년 집권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방사선 오염 피해지역에서 대피한 피난민들의 귀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정말 완전히 수습된 것일까? 영화 <태양의 덮개>는 이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원전 노동자 슈이치의 입을 통해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17일 개막된 환경재단 주최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난 이 영화는 소프트웨어 오류 검증 전문 기업인 폴트윈 핏크루 홀딩스의 다치바나 다미요시(67) 회장에 의해 세상이 나왔다. 이 영화를 구상하고 제작비까지 댄 다미요시 회장은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중의원 의원 비서관과 현의회 3선 의원을 지낸 뒤 아이티 회사를 창업해 재산을 모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는 100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또 한 편의 영화를 보탤 생각을 한 것은 사고 당시 수상 관저와 전력 회사의 대응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국가 최대 위기 상황임에도 전력회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뒤 한심해하는 관객에게 “당시 정보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013년 9월15일 가동이 전면 중지되면서 시작된 일본의 ‘원전제로’ 상태는 2015년 8월11일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 1호기가 신규제기준에 따라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종료됐다. 21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일본에서 모든 원전이 정지된 1년11개월 동안 전기가 모자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우리가 원전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실증됐다. 그런데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 경제 금융 쪽의 많은 리더들이 원자력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아베 정부 내각의 경제산업성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원전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아베 정부가 지난해 3월 제염 작업이 끝났다며 피난 지시를 해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북서쪽 후쿠시마현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의 방사선량률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제염작업 효과가 미미해 피난지시 해제 지역에 돌아와 살 주민들이 심각한 위험에 놓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아베 정권이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2020년 개최하는 도쿄 올림픽과 피난 주민들을 빨리 귀환시켜 돈을 아끼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정부가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말 심한 처사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아무리 귀환하라도 해도 30, 50년은 주민들이 돌아갈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멜트다운(노심용융)을 식히려고 주입한 물은 결국 바다로 들어가고, 어린이들 사이에는 갑상선암이 발생이 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새로운 불행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이런 말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원전 노동자 슈이치의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태양의 덮개’는 2016년 7월 일본에서 개봉된 이후 영화관 37곳과 350여곳의 별도 상영회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서울환경영화제를 통해 한국은 일본 밖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8번째 나라가 됐다. 다미요시 회장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이런 종류의 영화치고는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다른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지만,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면 또 만들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소 자연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2012년 자연에너지를 알리고 보급하기 위한 연구소까지 창립한 그는 “전 세계에서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되는 전기가 이미 원전 전기의 두 배가 넘는 시대가 됐다”며 “한국도 자연에너지 산업을 키우는데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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