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1 14:43
수정 : 2018.07.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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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스키장) 하부 슬로프 한가운데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스키장 공사로 급경사면이 불안정해진데다 배수 체계마저 부실해 1시간에 75.2㎜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로 발생한 토석류가 파크로쉬호텔(사진에서 제일 멀리 보이는 건물)까지 밀어닥칠 것이란 게 산림청 분석 결과다. 정선/김정수 기자 jk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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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늦어진 가리왕산 스키장
장마·태풍에 산사태 위험 노출
3일 누적 140㎜ 이상이면 ‘경보’
정선 26일~1일 누적강수량 132㎜
태풍 오른쪽 위치했으면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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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스키장) 하부 슬로프 한가운데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스키장 공사로 급경사면이 불안정해진데다 배수 체계마저 부실해 1시간에 75.2㎜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로 발생한 토석류가 파크로쉬호텔(사진에서 제일 멀리 보이는 건물)까지 밀어닥칠 것이란 게 산림청 분석 결과다. 정선/김정수 기자 jk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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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알파인 스키장이 들어섰던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스키장 터가 복원이 늦어진 상태(<한겨레> 5월17일 14면
흉물로 변한 가리왕산 스키장 … 산사태 ‘발등의 불’)에서 장맛비에 태풍까지 겹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스키장이 위치한 정선 지역의 강수량이 여느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태풍의 진로도 애초 예상과 달리 중부지방을 비껴갈 것으로 전망돼 폭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은 우려보다 줄어들었다.
기상청은 “3일까지 전국에 100~250㎜가 비가 더 내리겠다. 특히 서울·경기, 강원 영서북부, 남해안, 지리산부근, 제주도 산지에는 300㎜ 이상 오는 곳도 있겠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에 제주도 부근을 지나 3일 아침 남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2일 오후부터 3일 새벽 사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고 남부지방은 3일 새벽부터 오후 사이에 최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1일 오전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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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29일 태풍 ‘쁘라삐룬’이 발생했을 당시 제주 서쪽을 지나 2일 전남 해안쪽으로 접근해 이후 우리나라를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가로질러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일반적으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동편향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의 경우 우리나라 상공 5.5㎞ 부근에 상층 기압골이 자리해 태풍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후 기압골이 이동하면서 태풍의 진로도 동쪽으로 이동해 현재의 예상 진로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태풍이 올 경우 오른쪽 반경에 드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 수증기 수렴대가 위치해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도 왼쪽 반경 지역에 비해 훨씬 강하게 분다. 태풍이 애초 예상 진로대로 진행됐다면 가리왕산이 있는 정선 지역은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할 확률이 높았다.
산사태는 일반적으로 시간당 강수량과 누적 강수량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 연구팀이 1990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사태와 강수강도 및 누적강수량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주로 기압골 형성에 의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는 중부지역은 당일 강수량보다 누적 강수량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태풍에 의해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는 영·호남 지역은 누적 상수량보다 파괴 당일 강수량의 영향을 많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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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977년부터 1987년 사이에 발생한 산사태와 강수 특성을 비교해, 최대 시간당 강수량이 10㎜가 넘고 산사태 당일 기준 3일 누적 강수량이 40㎜를 넘으면 소규모 산사태가, 시간당 강수량 15㎜ 이상, 누적 강수량 80㎜ 이상이면 중규모 산사태, 시간당 강수량 35㎜ 이상, 누적 강수량 140㎜ 이상이면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연구팀은 누적 강수량 기간을 늘려 분석해보면 산사태가 당일 강수량이나 시간당 강수량보다는 누적 강수량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가리왕산이 위치한 강원 정선의 강수량은 26일 78.0㎜, 27일 0.5㎜, 28일 17.5㎜, 1일 오후 1시 현재 36.0㎜ 등 5일 누적 강수량이 132㎜이다. 중앙대 연구팀의 분석에 비춰보면 지난주 장마 때 중규모 산사태 위험이 있었으며, 이번 장마로 인해서도 소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정선 지역이 태풍의 오른쪽 반경에 위치할 경우에는 누적 강수량이 크게 늘어 산사태 위험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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