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1 16:04
수정 : 2018.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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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던 올해 8월9일 오후 서울 강남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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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간 여름철 기온 10위에 최근 6년 포함
중위도지역 바람·운동에너지 약해지면서
위험기상 한반도서 일상화할 가능성 커져
과거 남중국해 대기가 바다를 지배해
강수 감소하면 해수면 온도 올랐지만
2000년 이후 역전돼 새로운 패턴 생겨
한반도 지역에 폭염·집중호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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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던 올해 8월9일 오후 서울 강남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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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에 한여름 폭염과 늦여름 집중호우가 닥친 것은 최근 북반구 중위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순환의 변화가 우리나라에서 극한 기상을 일으키기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양대 ‘해양-대기 상호작용 연구실’의 예상욱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21일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환경의 변화와 폭염·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의 기상학적·기후학적 인과 관계를 분석해 “올해 여름의 위험 기상이 단발성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현상으로 고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1973~2018년 46년 동안 여름철 평균기온 순위 10위 안에 2010년 이후 6개 해가 포함된 것에 주목한다. 예상욱 교수는 “10년대의 6개 해가 10위 안에 들어갈 확률은 0.003%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연적인 변동성, 자연변화로는 해석하기에 통계학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위도 지역의 대기 환경 변화와 한반도 폭염
기후변화와 폭염·집중호우 등 여름철 극한 기상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연구팀은 먼저 북반구 북위 30~60도의 중위도 지역의 기상 변동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1980부터 최근까지 여름철(6~8월) 500헥토파스칼(약 5.5㎞ 상공) 지역의 동서 방향 바람 세기를 일일 평균해보니 30여년 동안 바람의 세기가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지역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반복 주기를 만드는 대기 변동성의 운동 에너지를 분석해보니 30~40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예 교수는 “바람의 세기가 약해지고 기상 패턴을 지배하는 운동성이 약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서 특정 기압패턴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예전에 3~4일이나 길어도 일주일에 지나갈 기상 패턴이 그 이상 머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위도 바람이 약해지고 운동 에너지가 감소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위도 지역의 온도가 상승하면 남북 방향의 온도 경도(차이)가 약화(감소)하고 이로 말미암아 동서 방향의 바람이 약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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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위도 대기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한반도의 폭염을 일으킬까? 여름철 온도가 올라가면 500헥토파스칼의 지위고도(지면에서 특정 기압이 되는 높이)가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 때 전지구에서 지위고도가 고르게 올라가지 않고 지역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7~8월에 지위고도가 올라가는 패턴은 5개의 높고 낮음이 반복되는 형태(웨이브 5)를 띠는데, 우리나라가 지위고도가 높아진 틈바구니에 놓이면 폭염이 발생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 그림 참조) 2016년 8월의 경우 우리나라 왼쪽(중국 북부 지역)의 지위고도가 높아져 우리나라에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 데다 오른쪽(오호츠크해) 지위고도가 높아져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동서 패턴이 막혀 양쪽 고기압 사이에서 폭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 교수는 “다만 기후변화라는 외부 강제력이 왜 하필 중위도 지역에서 독특한 대기 순환 패턴을 가진 웨이브 5라는 구조에 힘을 실어주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열대 지역의 대기 환경 변화와 한반도 폭염
연구팀은 인도 북부지역의 여름철 강수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 북부에 몬순이 강화되면 이로 말미암아 해마다 중위도 지역의 대기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 위치에서는 고기압성이 강화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대기 중 습기 늘어나면 원래 습한 지역에서는 더 습해지는 ‘웨 투 웨터 메커니즘’(Wet To Wetter Mechanism)이 작동해 중위도 지역 대기 패턴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올해 여름철 한반도 온도가 높아진 현상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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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증가해 필리핀 남동부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중태평양까지 상승기류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하강기류에 의해 대기가 달궈지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쪽에 대기 웨이브 패턴이 생기는데, 한반도에 고기압성 흐름이 위치하면서 폭염이 발생한다. 예 교수는 “특히 남중국해 지역의 대류 강제력(상승기류)이 증가함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지역에 폭염을 발생시키는 웨이브가 생기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여기에 중태평양까지 상승운동이 활발해져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두가지 효과가 가미돼 심한 폭염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해양-대기의 역할 반전과 한반도 집중호우
연구팀이 남중국해 해수면 온도가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점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양과 대기의 관계가 뒤바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예 교수는 “2000년 이전에는 이 지역에서 대기가 해양을 지배하는 구조(레짐)를 보였는데 지금은 해양이 대기를 지배하는 형태로 반전됐다. 기후변화로 해양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중위도 지역에서도 레짐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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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남중국해 지역의 해수면 온도 11년 경년변화와 강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니, 과거에는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강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 교수는 “엄밀하게는 강수가 감소하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구름양이 줄어들면 태양열이 바닷물에 더 많이 유입돼 수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곧 대기가 해양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강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예 교수는 “이제는 해양이 대기를 지배하는 시대로 변했다. 레짐이 바뀐 것이다”고 했다.
올해 8월말 2차 장마 때 중국 화남지방에 저기압이 위치하면서 대기 흐름 자체가 우리나라 쪽으로 서풍이 유입되기 쉬운 구조인 상태에서 남중국해 해수면 온도가 높았다. 예 교수는 “바닷물이 가지고 있는 습기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측면도 있지만 남중국해의 기상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쪽으로 특정한 대기 패턴이 만들어지면 집중호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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