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1 12:00
수정 : 2018.11.01 21:24
[루이스 우첼리니 미국기상청장 인터뷰]
제6차 한-미 기상협력회의 참석차 방한
“허리케인 강도 오보 냈다고 비난 안해
연방·지방 정부 역할 분담해 사전 대비
맞았다 자랑하거나 틀렸다고 실망 말아야”
“태풍이 예측한 것보다 약해졌다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강도를 잘못 예측했다고 비난 받지 않습니다. 예방이 최선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지난 31일 열린 제6차 한국-미국 기상협력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우첼리니 미국기상청(NWS) 청장은 한국 기자들과 만나 태풍 예보의 정확도와 관련해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하지 않으면 사상자가 발생한다. 국민도 재난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첼리니는 미국해양대기청(NOAA) 부청장으로서 기상청과 환경위성데이터정보국(NESDIS), 해양대기연구소(OAR) 등 3개 기관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태풍 예보에서 진로와 풍속, 영향반경 등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태풍의 강도가 가장 어려운 요소라고 꼽았다. “태풍 강도와 관련한 연구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진로는 4~5일 전에도 예측이 가능해졌지만 태풍의 강도와 관련해서는 수치모델 향상과 물리적 과정에 대한 이해 등 할 일이 많습니다. 태풍에 의한 해일이 어디서 얼마나 크게 일어날지, 홍수는 어디서 일어날지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일과 홍수는 큰 재산과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첼리니는 올해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마이클 예보 정확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진로와 강도 예측에서 꽤 정확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플로렌스의 경우 강우량을 35인치(약 900㎜)로 예보했는데 캐롤라이나 지역에 정확하게 그만큼 내렸다. 북동쪽에는 예측보다 적게 내려 예측이 과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피해가 덜 났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상서비스와 관련한 최근의 주요 변화를 소개했다. “기상 예보가 경보로만 끝나지 않고 연방과 지방정부가 연결돼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미국에서 연방정부는 자원의 효율적 배치를 조정하고, 재난 대피명령은 지방정부가 내립니다. 재난이 왔을 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수년 동안 연습하고 협력해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다가왔을 때 연방정부는 다른 주에서 구호팀을 재난 현지에 미리 파견하고, 전력회사들도 대비하도록 조처했다. 지방정부는 멕시코비치 주민에게 미리 대피명령을 내렸다. 결과는 100여명의 사망자가 예상될 수 있는 해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첼리니는 눈보라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 재난 발생 때 예보를 통해 생명을 살린 것을 보람 있는 일로 꼽으면서도 “예보관은 예보가 안 맞았을 때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예보관은 한번의 성공이나 실패에 좌우되지 말고 빨리 넘어가 다음 것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도 예보관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전지구적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에 대해 우첼리니는 “폭염, 가뭄, 연속된 산불, 해수면 상승 등 여러 현상을 보면 온난화는 확실한 사실이다. 1990년대 모델들이 시뮬레이션한 대로 안 좋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연구자도 아니고, 폭염이라는 단일 현상을 지구 온난화를 연관짓기는 어렵지만 이상 기상의 강도가 더 커질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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