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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22:43 수정 : 2005.02.03 22:43

3일 밤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 모여 있던 불자들이 100일째 단식을 해온 지율 스님이 단식을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석달간 환경조사·필요땐 공사중지’ 정부안 수용

[6판] 천성산 고속철 터널뚫기 공사에 항의하며 100일 동안 단식을 벌여온 지율 스님이 3일 밤 정부가 천성산 고속철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 등을 약속함에 따라 마침내 단식을 풀었다.


정부와 지율 스님 쪽은 이날 △환경영향 공동조사 3개월 실시 △이 기간 조사에 영향을 끼칠 행위 금지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과 건강회복 등에 합의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곽결호 환경부장관과 함께 지율 스님이 단식하던 서울 강남의 정토회관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정부안을 마련했으며, 남영주 총리 민정수석을 통해 지율 스님 쪽에 이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지율은 3개월 동안의 환경영향 공동조사와 발파 중지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 10월27일부터 단식을 해 온 지율 스님은 정부와 합의 뒤 ‘단식을 풀며’라는 글을 통해 “저는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대립되는 듯 보이는 정책과 저희들이 동화처럼 쓰는 도롱뇽의 이야기가 둘이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라며 “이제 마른 땅에 심어진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그 영지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날 합의에 대해 “정부는 국회 건교위의 ‘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촉구 결의안’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권고를 깊이 검토한 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뜻으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공보수석은 “이번 공동조사는 법적 지위를 갖는 환경영향 평가는 아니지만 양쪽이 합의해 이뤄지는 만큼 관습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갖는다”며 “조사 결과에 양쪽이 승복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번 합의가) 공사를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며, 환경단체 등 전문가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에서 조사를 위해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등 정부가 환경조사를 전폭 지원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정토회관 법륜 스님은 “일단 2~3일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의사 소견에 따라 병원으로 옮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의사 진찰 결과 장이 손가락 두께 정도로 말라 있어 아직 음식물 섭취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저녁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 17곳에서 지율 스님과 천성산을 살리자는 촛불모임이 열렸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이날 저녁 6시30분께부터 시민들과 환경운동가 등 700여명이 모여, 지율 스님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라며 촛불을 켜들었다. 김종철 이순혁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

▲ 불자들 3일 천성산 터널과 관련 100일째 단식을 해온 지율스님이 정부와의 협의로 단식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통회관의 불자들이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 일 천성산 터널과 관련 100일째 단식을 해온 지율스님이 정부와의 협의로 단식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통회관의 불자들이 법륜스님(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


▲ KTX 천성산 터널 통과 관련, 100일째 단식을 하던 지율스님이 단식을 푼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오후 정토회관에 있던 한 신도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



■ “정책과 도롱뇽, 둘이 아니다” 지율편지

지율 스님은 3일 "대립되는 듯 보이는 정책과 도룡뇽 이야기는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식 100일째를 맞은 지율 스님은 이날 정부와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에 합의한 뒤 단식을 풀며 정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에게 `단식을 풀며'라는 제목의 편지를 전했다. 다음은 지율 스님의 편지 전문.

▲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해 3일로 100일째 단식을 해온 지율 스님이 정부와의 협의로 단식을 풀며 쓴 글. 연합
힘겨운 시간에 함께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대립되는 듯 보이는 정책과 저희들이 동화처럼 쓰는 도롱뇽의 이야기가 둘이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많은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이제 마른 땅에 심어진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그 영지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하여 주신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습니다.

2005년 2월 3일 지율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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