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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02:23 수정 : 2005.02.04 02:23

고속철 천성산 터널과 관련해 3일로 100일째 단식을 해온 지율 스님이 정부와의 협의로 단식을 풀며 남긴 글.

지율스님 100일 단식이 남긴 것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과 정부의 공동환경 조사 수용 결정으로 극적인 전기를 맞은 천성산 보전 논쟁은 우리 사회에 ‘자연의 가치’를 어떤 무게로 평가할 것이냐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줬다.

지율 스님은 단식기간에 기자들에게 “단식이 아니라 환경가치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주문하곤 했다. 천성산 보전보다 지율 개인의 100일에 이른 초인적인 단식 자체가 세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자연의 가치는 아직도 낯설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한갓 도롱뇽으로 상징되는 생명가치를 위해 중단된다는 것은 좀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정부도 이번 결정에 대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지율에게 불상사가 생기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하려는 고육책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자연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생명운동은 이미 환경운동의 새 흐름이 됐다. 개펄의 뭇생명을 살리자는 성직자들의 새만금 삼보일배는 그 대표적 사례다. 천성산 보전운동도 도롱뇽을 원고로 한 소송으로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노예·여성·정신병자·죄수들의 인권을 인정하듯 이제 자연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명운동이 대두한 배경을, 기존 환경운동이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현장의 활력을 잃고 타협적으로 바뀐 데서 찾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천성산 보전을 위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은 그런 문제의식에 서 있다. 이 모임의 이영경 사무국장은 “지율 한 개인에서 시작된 천성산 살리기 운동은 전국에 울림을 만들었고, 자연의 권리를 되돌아보게 했으며, 환경운동 안에도 반성의 울림을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지금과 같은 고식적인 방식으로는 더는 진행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겨줬다. 자연보호론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법 절차를 진행시키는 방식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지율의 단식은 천성산 보전의 길을 열었을 뿐이다. 일방적인 자연가치 옹호는 생명 지상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터널이 산허리를 자르는 도로보다 더 환경 파괴적인가. 모든 산이 천성산처럼 보전돼야 한다면 꼭 필요한 개발은 어떻게 하나.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이제는 단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 토론과 협상이 필요한 때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해 정부가 향후 3개월간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한 가운데 4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고속철 14-4공구 원효터널 내부에서 부분적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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