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3 15:40
수정 : 2019.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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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2일 새벽 5~6시께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2고로 위에 설치된 안전배관을 통해 대기오염물질인 용광로 내 잔류가스가 수증기와 함께 배출되는 모습.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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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 총량 포함해 관리…안전밸브 개방 시 지자체·환경청 보고
환경단체 “제철소 불법 허용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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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2일 새벽 5~6시께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2고로 위에 설치된 안전배관을 통해 대기오염물질인 용광로 내 잔류가스가 수증기와 함께 배출되는 모습.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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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용광로(고로) 정기점검 과정에서 안전배관(블리더)을 열어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해온 것과 관련해, 정부가 이를 조건부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저감장치를 거치지 않은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불법으로 봤던 것에서 물러나 이를 양성화해 관리하겠단 것이다.
3일 환경부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업계·학계·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여한) 민관협의체 논의 끝에 해법을 마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안전배관 배출 오염물질을 줄이려 철강업계는 정기점검 절차와 공정을 개선하고, 환경부는 대부분 ‘먼지’(PM10)로 나타난 배출 오염물질에 대해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한 뒤 배출되는 먼지양을 해당 사업장의 연간 오염물질 배출 총량에 포함해 관리하는 게 뼈대다. 협의체는 지난 6월19일 발족해 두 달 남짓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제철소 용광로 안전배관의 배출 물질이 논란이 된 건 지난 4월부터다. 대기환경보전법(31조)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을 가동할 때 오염방지 장치를 쓰지 않거나 오염도를 낮추려 공기를 섞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제철소 안전배관이 방지 장치를 쓰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위치한 전남·충남·경북도가 지난 4~5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예고했고, 철강업계는 “용광로 안전배관을 통해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는 기술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관련 법은 화재나 폭발 같은 사고 방지 목적으로 시·도지사가 허가한 경우만 예외로 인정하는데, 지자체나 환경단체 쪽은 “저감 기술이 없다면 애초 허가 신고·변경 때 미리 알렸어야 한다”며 맞서왔다. 이후 협의체가 꾸려졌고, 여섯 차례 회의를 통해 외국 운영사례 등을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협의체 검토 결과 미국 인디애나 주는 배출된 먼지의 불투명도를 기준 삼아 위반 때 4만9천달러에 이르는 벌과금을 부과해 관리하고 있었고, 유럽연합도 안전배관 개방 시기와 사유, 조치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해놨다.
협의체 결론에 따라 앞으로 업계는 정기점검을 위한 안전밸브 개방 때 개방 일자와 시간, 조치사항 등을 인허가 기관인 지자체와 유역·지방환경청에 보고하게 된다. 또 용광로 내 석탄 가루 투입을 조기에 중단하고 풍압을 낮춰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 풍압은 기존 300~800g/㎠ 수준에서 100~500g/㎠으로 낮춘다. 아울러 오염물질 저감이 가능한 ‘세미 브리더밸브’(반 안전밸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부 주관으로 내년까지 기술 검토를 한 뒤 현장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이 무인기로 지난 5월21일부터 7월23일까지 4차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안전배관 상공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미분탄(석탄) 투입을 조기 중단하고 세미 브리더밸브를 활용하는 경우 오염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 내년 4월3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 및 사업장 총량제 확대와 연계해 제철소 안전배관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업체에서 배출하는 연간 오염물질 총량에 포함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번에 조사된 안전배관 배출 물질은 대부분 먼지로, 연간 총량 추산치는 포스코 포항제철이 1.7t, 광양제철이 2.9t이며, 현대제철은 1.1t이었다. 지난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배출했다고 신고한 대기오염물질은 각각 2만3200여t, 3만7천여t이다.
한편 현대제철에 대한 처분을 확정,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충남도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도의 조업정지 처분이 적법한 조치였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행정심판과 관련해서도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도 협의체 결론이 “철강업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배보람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은 “협의체 결과는 제철소의 불법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적발된 용광로 정기점검 때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합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최예린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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