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1 05:00
수정 : 2019.11.11 07:28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고니 최대 서식지인데도 평가서엔 “고니 없다”
환경단체들, 공정·객관성 확보 시급
사업주 배제 ‘독립기관 공탁제’ 촉구
“‘부동의 금지법’ 발의는 제도 부정”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제주 2공항 건설 문제 등을 두고 최근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논란거리다. 보수·경제 언론들은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가로막는다”며 비난하고,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경부가 부동의를 할 수 없게 한 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진오 경희대 교수(환경조경디자인학과)는 10일 “환경영향평가를 규제로 볼 게 아니라 도시환경 개선의 주요 정책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부동의를 못 하게 하는 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파괴되면 원상회복이 어려운 환경을 보호하는,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수단이란 것이다.
실제 1969년 미국에서 국가환경정책법으로 처음 제도화한 이래 주요 선진국들은 개발 사업 때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법으로 정했다. 한국도 1981년부터 시행 중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논란이 인 건 외려 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되는 탓이 크다. 사업 주체가 작성 대행업체를 고용하다 보니 주체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탓이다.
환경단체인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부산시가 지으려 하는 대저대교 인근은 멸종위기 보호종인 고니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데도 부산시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엔 ‘고니가 없다’고 돼 있다. 반면 살지도 않는 물두꺼비가 있다는 기록도 있다”고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7일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열었다. 이런 일이 잦다 보니 아예 이런 위원회가 제도화돼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객관성 담보를 위해 ‘독립기관 공탁제’ 도입을 촉구한다. 사업 주체가 비용을 내되, 공공기관이 대행업체에 맡겨 사업 주체와의 연결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김진오 교수는 “국책사업의 경우 별도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등 정부가 주도해 책임지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과거 심각한 환경 훼손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먼저 기존의 것을 최대한 살려 확장해 쓰지만, 우리는 무조건 개발하려 든다. 뒷산에서 산토끼나 노루를 만나기 힘들어진 것도 다 무분별한 개발 탓인데, 환경과 조화로운 개발을 여전히 외면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