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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6 19:46 수정 : 2011.10.16 19:46

지체장애 3급인 김동구(59·강원 춘천)씨

지체장애 김동구씨, 18박19일 걸으며 특별법 제정 촉구

“국가가 무고한 국민을 죽였다면 배상과 보상을 해야 합니다.”

지체장애 3급인 김동구(59·강원 춘천·사진)씨가 16일 부산을 출발해 광주까지 18박19일 동안 320㎞를 걷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전후 남쪽의 경찰과 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집단학살의 진상을 널리 알리고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한테 배상과 보상을 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번 도보순례를 지난해 5월23일 결심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돌과 광주민주화운동 30돌을 기려 그는 교통사고로 절단한 왼쪽 무릎에 의족을 달고 목발에 의지한 채 광주 5·18묘지에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까지 12박13일 동안 걸었다. 13일째 되던 23일 추모식이 열리는 봉하마을에 도착했을 때, 서명운동을 벌이던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의 얘기를 듣고 놀라움과 함께 가슴 속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김씨와 한국전쟁유족회 유족들은 부마민주항쟁 32돌을 맞는 16일 오전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판자촌을 이루고 살았던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에서 출발했다. 김씨는 광주학생운동(1929년) 82돌을 맞는 새달 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보순례는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별법 제정 촉구 문구를 적은 펼침막을 붙인 차량이 김씨를 뒤따라가면서 현장과 온라인에서 서명을 받는다. 또 김씨의 트위트(@kmsan53)와 블로그를 통해 날마다 도보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한다. 지난해 그와 함께 노 대통령의 영정을 들고 도보순례를 했던 이창희(52·서울 종로구)씨가 카메라를 들고 동행하면서 촬영을 맡아 다큐로도 제작한다. 김씨가 걷는 도중에는 김광호(59)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와 유족, 전자우편(kimchangkyu1201@gmail.com) 등을 통해 동행을 신청한 시민들이 번갈아 합류한다. 초·중학생인 김씨의 세 아들도 며칠씩 아빠와 걷는다.

김씨는 “국가의 잘못된 폭력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과 빨갱이로 몰릴까봐 수십 년 동안 냉가슴을 앓았던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광주까지 꼭 걷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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