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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4 20:59 수정 : 2012.02.24 20:59

강영우 박사

장애인 인권운동 헌신…미 차관보급 지낸 강영우 박사 별세
아내·아들에 편지…투병중 기부도

시각장애인으로 한국계로선 처음 미국 백악관 차관보 직급에 올랐던 강영우(사진) 박사가 23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68살.

췌장암 투병중이던 강 박사는 지난 연말 지인들에게 작별 편지를 보내고, 1월에는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를 기부하는 등 주변을 정리해왔다. 가족들은 이날 강 박사가 부인과 두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공개했다. 부인 석은옥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50년 전 첫 만남부터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1962년 서울맹학교 학생이던 강 박사는 자원봉사를 나왔던 숙명여대 1학년이던 부인을 만나 10년 뒤 결혼했다.

강 박사는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날개없는 천사였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당신을 가슴 한 가득 품고 떠납니다.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며 혼자 남을 아내에 대한 회한을 드러냈다. 강 박사는 두 아들 진석(39·안과전문의), 진영(35·백악관 선임법률고문)에게 보낸 편지에선 “너희들을 처음 품에 안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별을 나눠야 할 때가 되었다니”라며 “너희들의 아버지로 살아왔다는 게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13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듬해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고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는 등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연세대 졸업 뒤 1972년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역임하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위원(차관보급)으로 발탁됐다. 강 박사는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내며 한평생 장애인 인권을 위해 애써왔다. 장례식은 버지니아주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3월4일 추도예배로 치러진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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