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5 18:32
수정 : 2005.07.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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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사재 털어 청각장애인 복지관 설립-제주 농애원 오원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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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애원 오원국 대표 “장애인끼리 돕는 공간”
“이곳에서만큼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이 서로 도우면서 자립할 수 있는 삶의 보금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2일 제주시 외동동 지역 2585㎡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995㎡ 규모로 ‘제주도 농아복지관’을 짓고 개관식을 가진 사회복지법인 농애원 오원국(69)대표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 대표는 이날 수화로 “장애인 복지시설이 청각장애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각종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에서조차 다소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청각장애인들이 서로 도우며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농아복지관 건립은 오 대표의 오랜 꿈이었다. 특수학교인 제주영지학교에서 17년 동안 교편생활을 하는 등 20여년 남짓 교편생활을 한 오 대표는 9살 때 뇌막염으로 청력을 상실해 누구보다 청각장애인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없어 안타까워하다 농아복지관 건립을 위해 그동안 가구공장을 하면서 모은 재산과 주택담보 대출 등을 통해 3억5천만 원을 출연해 복지법인을 설립했다.
국비와 지방비 15억8900만원이 투자돼 복지관 건물이 지어졌지만, 청각 장애인이 스스로 사재를 내놓아 복지법인을 만들어 운영주체가 되고, 전문적으로 청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복지관을 만든 것은 드문 일이다.
오 대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수화교육과 인식 개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이중으로 소외를 당하는 청각장애 노인들을 대상으로 소일거리와 이윤을 낼 수 있는 프로그램 등도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아복지관은 앞으로 국내외 청각장애인들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장애인 관광 안내 서비스와 농아인 체육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직업재활 사업과 장애아 및 비장애아 통합 교육 어린이집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글·사진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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