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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6 10:07 수정 : 2017.11.26 10:19

장애인 전문 여행사 ‘두리함께’ 이보교 대표
장애인 여행 경험자 9.3% 불과
“항공사 등 차별 많이 사라졌으나
숙소 시설 등 아직 갈길 멀어”

이보교 대표는 첫 장애인 전문 여행사인 ‘두리함께’를 2014년 제주에서 설립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이 사업이 어느 누구에게는 삶에 대한 용기가 되고 세상을 만나는 문이 된다”며 “힘들지만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이보교씨 제공
우리나라 장애인 여행의 길은 여행사 ‘두리함께’의 이보교(51) 대표가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장애인 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여럿 있지만, 3년 전인 2014년 두리함께가 출범할 때만 해도 최초였다. 사실 이 대표가 장애인 여행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 잘 버는 마이스산업(MICE·국제회의나 행사, 이벤트 등을 일컫는 말)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망했을 때였다. 제주에 있는 한 증증장애인 재활시설에서 그의 여행사 경력을 활용해 장애인 복지관광 업무를 맡겼다. 그는 장애인 항공권 예약부터 여행지의 이동 도로 실태, 식당 예약을 하면서 장애인 여행을 새로 개척해 나갔다.

“20여년 여행업에 종사하면서도 휠체어 탄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당시까지만 해도 장애인 여행은 생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 역시 관심이 없었다.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셈이었는데 어느 날 운동하다가 다리를 다쳐 목발과 휠체어에 한동안 의지해야 했다. 일시적이나마 직접 장애를 경험해 보니까 이들에게 이동권과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하지만 복지법인은 한계를 느껴 여행 사업을 접었다. 대신 그가 복지법인을 그만두고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휠체어를 싣고 내릴 수 있는 리프트를 설치한 특장차도 빚내서 샀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여행지에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 식당과 숙소는 접근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줄자를 들고 다니면서 점검하는 일이야 성가시기는 해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이 훨씬 힘들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오전 10시 비행기에 분명히 자리가 남아 있는데도 예약이 다 찼다면서 휠체어 장애인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한낮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피해서 오라고 해서 제시간에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항공 예약도 많이 수월해졌으며, 식당들은 전화하면 ‘휠체어가 몇 대냐’고 묻고는 미리 의자를 빼두는 곳이 많다고 한다. 한경면의 한 흑돼지 전문식당은 “내년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따로 짓겠다”고 이 대표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제주를 찾는 장애인 여행객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예비 사회적 기업인 두리함께를 이용한 고객은 모두 4천명에 이른다. 이 중에 40%(약 1600명)가 휠체어 등 보장구를 사용한 여행객이다. 지난해 두리함께의 휠체어 여행객이 500여명이었던 데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여행은 아직도 미미하다. 한국소비자원(2015년 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250만명 가운데 여행을 희망하는 장애인은 93%나 되지만 실제 여행을 경험한 비율은 9.3%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반인들에게 여행은 휴식이지만, 장애인에게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이나 힐링이 아니라 세상에 참여하는 기회”라며 “접근 가능한 여행의 롤모델을 구축해 장애인 여행이 관광산업의 유명한 한 분야로 성장하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두리함께는 앞서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 도토리현 등의 장애인 여행 코스도 개발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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