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2 18:52
수정 : 2018.09.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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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 공연단 '드림위드 앙상블'의 공연에 깜짝 춤을 추는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주인공 장혜정 씨를 보며 미소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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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생애별 맞춤 지원 종합대책
통합 어린이집·유치원도 확충
성인발달장애인 학습·체육 등 주간활동서비스 지원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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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 공연단 '드림위드 앙상블'의 공연에 깜짝 춤을 추는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주인공 장혜정 씨를 보며 미소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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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울면서 무릎을 꿇었다. 엄마에게는 19살 발달장애인 딸이 있다.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를 두고 열린 주민 토론회 자리였다. 강서구에 사는 장민희씨의 딸은 그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내 딸의 일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인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었다. 장씨는 단상 앞 맨 앞줄에 무릎 꿇고 앉아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수학교는 모든 발달장애인 엄마의 꿈이다. 강서구에 발달장애인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1곳뿐이다. 아이가 중학생이던 2012년 대전에서 서울 강서구로 이사 온 뒤 장씨도 여러 차례 교남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정원은 항상 꽉 차 있었다. 장씨는 결국 아이를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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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찬반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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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이를 둔 엄마들은 평생을 살얼음판 위에서 산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아들은 나이가 들더라도 떼쓰거나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잦다.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특수학교가 부족하니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낼 수밖에 없다. “또래와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일반학교에서의 통합교육이 좋다는 건 알죠. 하지만 특수교사가 부족한 일반학교에서는 특수학교처럼 사회적응훈련이나 직업훈련이 이뤄지기 힘들거든요.”
딸은 지난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한 뒤에 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상자를 포장하거나 비닐봉지에 수세미를 넣는 일을 하고 월 14만원을 번다. 그래도 엄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혼자 출퇴근하는 일도 아직 딸에겐 벅차다. 최근엔 딸의 동료 발달장애인이 혼자 퇴근한 뒤에 길을 헤매다가 새벽 3시에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80%는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전체 장애인(34%)보다 높다. 발달장애인은 어른이 된 뒤에도 자립이 쉽지 않다. 장씨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가 더 걱정이다. 장씨의 딸처럼 지적장애나 자폐증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현재 22만6천여명에 이른다. 전체 장애인의 10% 가까이 된다. 해마다 3.6%씩 늘어나고 있다.
2014년 4월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으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지난 4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시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삭발식을 벌이고, 매주 집회를 이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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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발달장애 국가 책임제’를 요구하며 삼보일배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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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부가 이러한 발달장애인들을 평생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첫발을 뗀 셈이다.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과 유치원, 특수학교를 늘리고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체육·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 등을 초청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대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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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교육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발달장애를 일찍 발견할 수 있도록,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지원 대상을 현재 소득하위 30%에서 내년 50%로 확대한 뒤에 전체 영유아로 점차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아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도 크게 늘린다. 인천 ‘자유유치원’처럼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동등하게 어울리는 형태의 통합유치원은 현재 1곳인데 2022년까지 16곳을 신설할 예정이다.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도 5년간 60곳을 더 늘릴 방침이다. 특수학교도 23곳이 새로 생긴다. 이에 따라 현재 174곳인 특수학교가 2022년에는 197곳으로 늘어난다. 올해 이미 인천, 충남, 경기 지역에 특수학교 3곳이 개교했다. 특수학교의 과밀학급, 먼 거리 통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수교사와 통합교육 지원교사도 증원할 계획이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장애인 특수교사 충원율은 60%대로 일반교사 충원율(90%대)보다 크게 낮다”며 “특수교사 확충 등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통합교육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하루 2시간 ‘방과후 돌봄서비스 바우처’가 제공된다. 지원 대상은 내년 4천명부터 시작해 2022년 2만2천명까지로 늘어난다.
■ 일할 수 있도록 현재 발달장애인 가운데 14만명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첫걸음은 일자리다. 정부는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직업훈련과 취업을 연계하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사업 인원이 현재 2500명에서 내년 5천명으로 2배 확대된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도 올해 7곳에서 2022년까지 17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각·청각 등 신체장애인 위주로 이뤄졌던 ‘근로지원인’ 제도가 발달장애인에게 확대 적용된다. 근로지원인은 직장 내 다른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 등의 일을 맡게 되는데 올해 1200명에서 2022년 1만명까지 늘어난다.
■ 돌봄에 지치지 않도록 청장년기 발달장애인들은 혼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의미있는 낮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간활동서비스’를 새로 시작한다. 작은 모임별로 지역사회 내에서 학습·체육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서비스다. 먼저 내년 1500명에게 주 22시간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만7천명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과 부산에만 있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전국 8곳으로 늘리고, 장애인 검진기관도 올해 8곳에서 내년 28곳, 2022년 100곳으로 확대한다. 홀로 남겨질 자녀를 걱정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생각해, 공적 신탁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의 신탁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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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앞서 발달장애인 작가로 구성된 빛된소리 글로벌 예술협회의 지적장애 3급 박혜신 작가의 작품을 박 작가와 그의 어머니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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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간활동서비스·방과후 돌본서비스 등을 추진할 예산을 내년 1230억원으로 올해(412억원)보다 3배 넘게 증액해놓은 상태다. 이를 통해 집에만 머무르는 발달장애인 비율이 현재의 26%에서 2%로 낮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수차례 농성하고 단식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요구에 국가가 처음으로 예의를 갖춰 화답했다”며 “구체적인 시행계획에는 협의가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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