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01 17:53 수정 : 2019.07.03 09:03

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제10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장애인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통합 현황과 과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더 나은 사회]
사회적 경제 방식의 사회 통합 확산
웹와치·동구밭 등 성공 사례 이어져
일자리 창출과 기회 균등 성과 뚜렷
시민 참여와 지지, 지역의 역할 중요

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제10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장애인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통합 현황과 과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정보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고루 누려야 할 핵심 인권으로 꼽힌다. 하지만 소외된 사람은 적지 않다. 정보기술(IT) 사회적기업 ‘웹와치’가 주목받는 이유다. 모두에게 편리한 아이티 세상을 꿈꾸는 웹와치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정보 약자의 웹·모바일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장애인 전문 인력의 채용을 늘리는 일도 중요한 사명이자 특징이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말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셰어 타이핑은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높이는 데 커다란 효과를 낸다. 세미나나 학교 등에서 문자 통역사가 타이핑한 내용을 자막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에이유디(AUD)란 이름은 ‘Auditory Universal Design’의 약자로 청각의 유니버설 디자인(보편적 설계)의 가치를 담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 유무나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건축, 서비스 등을 설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 성동구에 자리잡은 ‘동구밭’.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발달장애인 일터다. 5년 전 서울 강동구 도시 텃밭 가꾸기 경험에서 출발한 동구밭은 상추, 케일 등 채소로 만든 천연비누와 물비누, 입욕제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천연비누 생산량은 하루 약 5천개다. 현재 20명의 정규직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월 매출이 400만원 오를 때마다 1명씩 채용을 늘려간다는 독특한 계획도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여행으로 함께 만드는 행복한 세상, 치유와 선물이 되는 전문 복지여행’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두리함께’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문 여행사다. 2014년에 창업해 올해로 벌써 5년이 됐다. 2015년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기업에도 포함됐다. 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 뒤 지난해에만 1만명이 넘는 관광 약자들이 두리함께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 성동구에 자리잡은 ‘동구밭’은 발달장애인들이 천연비누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진은 한 발달장애인 직원이 비누를 나르는 모습. 동구밭 제공

‘취업 차별 경험했다’ 응답 30.9%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애인(등록 장애인)은 258만명. 전체 인구의 약 5%에 이른다.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차별받는다고 느낀다’는 응답자 비중은 34.8%, ‘취업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30.9%나 됐다. 사회적 배제가 뿌리 깊게 일상화되었음을 일깨워주는 수치다. 사회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일자리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사한 2018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고용률은 34.5%로 전체 인구 고용률(61.3%)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70% 수준에 그친다. 특히 장애인 노동자의 60%는 비정규직이고 이들이 받는 평균 임금은 124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의 사회 통합에 힘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자리 창출과 기회균등 통합, 지역 상생과 안전·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데 사회적 경제가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떠안고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들이다. 협력과 연대, 상생과 포용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정신에 비춰볼 때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장애인의 사회 통합에 큰 몫을 담당하고 나선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으로 사회적기업 성과 분석 대상인 1825개 인증 사회적기업 가운데 장애인을 고용한 곳은 593곳으로 32.5%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용인원 기준으로 ‘25인 이상~50인 미만’이 31.4%(1801명), ‘10인 이상~25인 미만’이 30.4%(1741명)이다.

우리보다 앞서 사회적 경제의 가치에 눈뜬 유럽 여러 나라에선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 통합에 적극적이다. 유럽의 ‘노동통합 사회적기업’(WISEs)은 크게 △단기 경과적 일자리 제공형 △지속적 일자리 창출형 △지속적 보조금을 통한 직업 통합 유형 △생산 활동을 통한 사회화 유형 등 네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단기 경과적 일자리 제공형은 정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과적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자활사업과 유사하다.

올해로 창립 5년을 맞는 ‘두리함께’는 ‘여행으로 함께 만드는 행복한 세상, 치유와 선물이 되는 전문 복지여행’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장애인 전문 여행사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행객이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두리함께 제공

중증 장애인 자립 돕는 ‘리드릭’

2006년부터 중증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는 ‘리드릭’은 비영리 사회적기업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사회 통합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일찌감치 보여준 귀한 사례라 할 만하다. 중증 장애인과 전문 인력이 복사용지 사업과 인쇄·출판 사업, 우편 발송 사업 등을 함께 펼치는 생산공동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전체 근로장애인 55명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41명이다. 리드릭에서 일하고 난 뒤 장애인과 부모들이 밝힌 ‘후기’엔 사회적경제기업의 존재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 “맨날 출근해 일하니 좋아요. 동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너무 좋아요.”(장애인 직원), “변화된 건 이제 저도 느끼죠. 거기를 다니면서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 같아요.”(장애인 부모)

정부도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 통합 사례가 퍼지도록 여러모로 정책적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경제기업 표준사업장 지원에 나선다. 상품 개발과 홍보 및 마케팅비, 기자재 구매 비용 등 최대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경제기업이다.

보건복지부는 특히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발달장애인 사회통합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복지관이나 단체 등 기관 중심으로 당사자 및 부모 자조 모임이 여럿 조직돼 있는데, 복지부는 이들 자조 모임의 사회적경제기업 전환 지원을 유도할 방침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형식의 발달장애인 지원 네트워크 ‘파파스윌’이 대표적이다. 파파스윌은 직업훈련을 위한 카페 ‘민들레와 달팽이’, 공방 ‘빼무락’을 운영 중이다. 복지부는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을 원하는 자조 모임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시설 장비 구매 비용으로 최대 5천만원, 장애인 출퇴근용 승합차 구매 비용으로 최대 10억원을 지원한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한 청각장애인이 ‘에이유디 사적 협동조합’이 말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셰어 타이핑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에이유디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 열려

현장에선 대체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는 장애인 사회통합과 사회적 경제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는 ‘2019 제10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가 공동주최했다.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통합 사례 발표에 나선 김정열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장애인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주체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 경제 기업의 주목적은 장애인들을 수혜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자리를 통해 자립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윤종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지속성장본부장도 “사회적 경제는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노동을 통해 자립과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 통합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는 “노인과 장애인들의 건강 수준은 지역사회 역량에 달려 있다”며 “장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 변화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장애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제10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개회식에 앞서 사회적 협동조합 ‘드림위드 앙상블’이 공연을 하고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넓은 의미의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도 시급하다. 장애인 전문 여행사 두리함께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제주도에 공식 등록된 렌터카는 약 4만대. 이 가운데 운전 보조장치(핸드컨트롤)를 갖춘 차는 고작 7대뿐이다. 전동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차는 4대에 그친다. 단순히 사회적경제기업 지원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이다.

최우성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