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이엠텍아시아 배석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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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판교 벤처타운의 이엠텍아시아 사무실에서 만난 배석만 회장. 회사 이름 ‘이엠텍’은 그가 지난 30년간 쌓아온 이력을 집약해 지은 것이다. 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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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플라스틱 광섬유를 이용한 신개념 태양광 발전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태양광 에너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왔다.’ 최근 주요 경제지와 전문지에서 잇따라 보도한 ‘측면 태양광 특허 기술’이 여러 화제를 낳고 있다. 이 기술의 개발업체가 경기도 시흥에 자리한 소규모 벤처기업 솔라옵틱스인 데다, 국내 대표 특허법인인 리앤목에서 평가한 기술가치가 조 단위로 기록적인 수준이기도 하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기술 개발자의 독특한 이력이다.
‘선천성 뇌병변(뇌성마비) 장애, 최종 학력 중졸, 대구경산 지역 최초 컴퓨터학원 운영, 19살 최연소 영남대 컴퓨터 강사, 대학 축제 기획, 초대형 옥외 동영상 광고 플렉스비전 최초 개발, 국내 첫 키즈 카페 창업, 타이 국립대 스마트 캠퍼스 네트워크 기술 디렉터, 일본 도레이첨단소재 광학 협력기술 책임자….’
바로 솔라옵틱스의 모기업인 이엠텍아시아의 배석만(51)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18일 성남시 판교 벤처타운의 사무실에서 그의 파란만장 드라마 같은 기술 개발기를 들어봤다.
‘특수 플라스틱 측면 광섬유 기술’ 특허
기존 10% 면적 태양광 발전소 가능
산업구조 바꿀 획기적 개발 ‘기술가치평가’
선천성 뇌병변 지체장애에 중졸 학력
“매형이 세계 첫 노트북 구해줘 연구”
2006년 옥외 동영상 광고판 개발 ‘화제’
대기업과 특허 분쟁 등 악조건 이겨내
“돌이켜보면, 1984년 16살 때 큰매형이 영국에서 선물로 보내준 컴퓨터 한 대가 제 인생을 바꾼 셈이죠. 경북 경산 배씨 집성촌에서 6남매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어요. 손꼽히는 자산가였던 아버지만 믿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채 놀던 참이었는데, ‘사고뭉치 막내 처남’이 걱정됐던지, 그 시절 희귀했던 휴대용 컴퓨터를 사준 거예요. 아직 국내 시판이 안될 때이니 사용설명서도 영어 뿐이어서, 하는 수 없이 알파벳부터 공부를 하게 됐지요.”
그의 큰매형은 요즘도 국내외에서 맑은물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물 박사’ 성익환씨다. “1983년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유엔개발기금(UNDP) 지원사업 연구책임을 맡았는데 휴대용 컴퓨터를 지급해줬어요. ‘쌈꾼’처럼 나돌던 처남이 유독 컴퓨터에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이듬해 영국 옥스퍼드대로 연수를 가면서 아파트를 정리한 270만원을 털어서 일본 엡손에서 나온 세계 최초 노트북(
HX-20)을 쾌척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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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박사’로 이름난 성익환(왼쪽) 박사는 배석만(오른쪽) 회장보다 17살 손위 큰매형으로, 방황하던 십대 시절부터 세계적인 광학 전문가가 된 지금까지 배 회장을 돌보며 사업을 도와주는 든든한 후견인이다. 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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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힌 배 회장은 기능사 자격을 따서 주변 학생들에게 교습을 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난 덕분에 영남대 앞에서 아예 학원을 차렸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수강했던 한 영남대 교수의 제안으로 대학 총학생회와 계약을 맺고 수백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특강도 진행했다. 삼보컴퓨터 대리점을 열고 교재도 제작해 판매했다. 대학 축제 이벤트 기획사도 운영했다. “스무 살도 먹기 전에 원장님, 사장님으로 불리며 돈도 제법 벌어 외제차까지 타고 다녔지만, 중졸이란 이유로 정식 강사 인정은 못받았죠.”
그렇지만 그때 강의를 효과적으로 하려고 궁리를 한 덕분에 그는 뜻밖에 광학 기술 전문가의 길을 개척하게 됐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서만 강의를 하다보니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미국 쓰리엠에서 나온 수천만원짜리 프로젝터를 구입했는데, 암막 커튼을 쳐야 화면을 볼 수 있으니 학생들이 필기를 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었어요. 그래서 밝은 환경에서도 잘 보이는 ‘고휘도 스크린’을 직접 개발했어요. 프로덕션을 창업해 컴퓨터로 작동하는 옥외광고 사업도 시작했고요.”
그의 나이 26살 때, 또 한번 성 박사가 ‘인생의 전기’를 제공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을 계기로 성 박사와 친분이 있던 박세직 당시 서울시장이 이듬해 고향 구미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하면서 그에게 선거홍보 기획을 의뢰한 것이다. “사실 선거도 홍보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막막했죠. 그때 마침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봤는데, 일단 아이부터 부모까지 사람들을 모이게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영화배급사에 요청해 영화 녹화필름을 구한 뒤 컴퓨터로 변환시켜 아파트단지 앞 대형 전광판에서 무한정 틀었죠. 그 덕분인지 2700표 차로 박 후보가 당선됐고요.”
그 여세로 서울 여의도에 입성해 박 의원의 대권 도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는 곧 그만두고 대덕연구단지에서 5년간 일을 배웠다. 하지만 역시나 ‘학위’에 막혀 행정업무만 시키자 대구로 귀환했다. “그때 전문적인 연구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덕분에 독자적으로 광섬유와 케미컬광학 연구를 할 수 있었죠. 그런데 될듯 될듯 하다가 번번이 막히더군요.”
가족들에게 ‘돈 먹는 하마’로 눈총을 받기를 10여 년, 도레이의 광섬유(텍스타일) 직조 기계 5대를 들여와 씨름한 끝에 그는 2006년 마침내 첫 성공을 거둔다. ‘발광 다이오드 최초 개발, 초대형 옥외 디지털 동영상 광고시스템 플렉스비전 구현, 한공미디어애드 배석만 사장의 인간 승리’, 그의 성공기는 주요 일간지에 사진과 함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년 후속 기사도 그의 이름도 언론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 사이 그에게 무슨 사정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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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만(앞줄 오른쪽) 회장은 2006년 7월 한공미디어애드 사장 시절 ‘초대형 옥외 디지털 동영상 광고시스템 플렉스비전 개발’ 주역이자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여러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 ‘전자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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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을 받아 직접 생산하려니 역시나 ‘학위’에 막혀 자격 제한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기업과 제휴를 하기로 했죠. 기사를 보고 맨먼저 ‘연봉 42억’으로 유명했던 삼성의 고위 임원이 찾아왔지만, 함께 사업을 개척해보고 싶어 후발로 뛰어든 삼양사와 손을 잡았어요. 그런데 2년반 만에 소재 개발 실패로 끝났고, 특허 환수하느나 7년간이나 시달렸어요. 끝내 환수한 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특허를 공개해버렸죠.”
그사이 그는 친구와 동업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려고 고양시 일산에 갔다가, 돌연 ‘키즈 카페’를 창업했다. “마두역 근처의 음식점에 갔는데 유독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예상대로 대박이었죠. 잘 되니까 프랜차이즈 제안이 들어와 삽시간에 200억을 투자받았는데 건물 시행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망했죠, 뭐.”
이번에도 성 박사가 그의 인생 물길을 내줬다. 머리도 식힐 겸 함께 여행을 갔던 타이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다. “2006년께 코이카 행사에 참여했다가 ‘타이의 3대 영웅’으로 존경받는 전 총리 크라세 차나웡세 고등교육위원장을 만났어요. 그가 미국 콜럼비아대학 동문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한국 지인들에게 저에 대해 알아봤다며, 슈퍼컴퓨터 전문가이니 타이 국립대학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성공적으로 기술자문과 여러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중이죠.”
한 때 연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배 회장이 다시 태양광 기술 개발에 몰입하게 된 것도 타이의 후원자 덕분이었다. “3년 전 이엠텍의 한 임원이 우연히 여행중에 만난 ‘핑’이란 별명의 친구에게 저와 우리 기술에 대해 소개했는데, 큰 관심을 보인 거예요. 알고보니 그는 타이의 명문가 출신으로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 경영학·경제학을 전공한 박사였어요.”
핑 박사는 지금껏 한국에 살다시피하며 그의 연구를 전폭 독려했고, 지난 10월 최종 기술가치평가 보고서가 나왔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실은 ‘측면 광섬유사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유니트’ 기술은 지난해 이미 개발 완료했어요. 그런데 국내 특허 심사 단계에서 국내 유력 대기업의 기술과 경쟁이 붙는 바람에 1년 가까이 지연됐거든요. 수차례 기술 설명서를 통해 우리 기술의 독창성을 입증한 끝에 국내 특허 4건을 따냈고, 이어 국제특허 9건 출원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배 회장은 “한국의 특허 장벽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아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뺏기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보다는 일본 도레이를 비롯한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내년에는 미국에 머물며 특허 기술에 대한 학술 논문 작업을 진행해 국제적인 학회의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의 시행착오가 너무 심각해서, 지자체와 손잡고 소규모라도 시험 설치를 해보고 싶다”는 그는 솔라옵틱스 기술의 장점 이렇게 설명했다.
“태양광 30기가와트 생산을 하려면 여의도 108배 면적의 집열판 설치 공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올 만큼, 기존 태양광 발전소는 평면 집열 방식이어서 발전용량을 늘릴수록 설치 면적도 늘어나는 단점이 있지요. 실제로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산림훼손이나 생태계 파괴의 부작용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가 개발한 ‘플라스틱 광섬유(CPV Array) 초정밀 가공 기술’(OSL)은 측면 발광을 활용하는 까닭에 무엇보다 설치 면적을 10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는 게 매력이죠.”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컴퓨터 영상신호처리 전문가를 거쳐 광섬유 기술 개발자로 ‘나홀로 연구’를 해온 그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딱 한가지뿐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신기술 바람막이, 보호막이 돼줘야 해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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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옵틱스에서 개발한 플라스틱 광섬유의 고휘도 측면 발광 시연 사진. ‘측면 발광 플라스틱 광섬유 기술’(OFD CPV Array·Optical Fiber Diod Concentrated Photovoltaic Array)은 솔라셀을 태양에 직접 노출시키지 않고 120~250배의 집광력을 가진 특수렌즈를 이용해 집광된 태양 빛을 광파로 어레이를 통해 중첩된 수천장의 특수 솔라셀에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시키는 기술이다. 솔라옵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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