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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1 17:14 수정 : 2005.01.11 17:14

아이들은 쉽게 다친다. 넘어지기도 잘 하고 물건을 다루다가도 곧잘 다친다. 염증이 없는 가벼운 상처는 그냥 둬도 1~2주일 정도면 낫지만 상처가 크면 대처하는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더러운 물질에 오염됐거나 상처가 클 때 자칫 잘못하면 염증이 생기기도 하고 잘 낫지도 않는다.

아이가 상처를 입으면 부모가 첫째로 주의할 점은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픈 것보다 엄마의 놀란 얼굴에 더 겁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상처를 발견하면 상처가 오염됐는지를 살피고 더러운 것이 묻어 있다면 흐르는 물로 씻어야 한다. 간혹 입으로 빨아서 제거하려는 부모도 있는데, 입 안 세균들이 상처 부위로 옮겨 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

또 상처 부위를 알코올로 소독해서도 곤란하다. 알코올은 다친 부위 조직에 손상을 일으켜 아이가 더 아파하고 상처가 낫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 바셀린, 오징어 뼛가루 같은 것을 바르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염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상처 회복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피가 많이 난다면 우선 깨끗한 거즈 등으로 상처 부위를 눌러서 피를 멎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5분 정도 눌러 주면 되고, 그래도 피가 나면 5분 정도를 더 눌러야 한다. 피가 멎으면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씻은 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깨끗한 거즈로 덮어 두면 된다. 매일 거즈를 갈아주면서 상처 부위가 붉어지거나 진물이 나는 등 염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염증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면 심한 상처는 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더 좋다. 아이가 상처 부위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거나,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거나, 눌러도 피가 멎지 않거나, 다친 부위의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특히 신경이나 동맥이 다쳤을 가능성도 있다.

간혹 아이가 초저녁에 큰 상처를 입은 뒤 피가 멎었다고 다음날 치료를 받게 하는 부모도 있는데 이는 곤란하다. 큰 상처는 가능하면 네 시간 안에 꿰매는 것이 염증을 줄이며, 늦어도 12시간 안에는 치료 받아야 잘 낫는다. 다만 얼굴, 머리처럼 혈액 순환이 잘되는 곳은 하루 안에 꿰매도 무난할 때가 있다. 이미 너무 늦었거나 상처가 지저분하면 4~5일 동안 소독을 하면서 상처가 감염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꿰매기도 한다.

다친 부위에 따라 대처가 달라질 수 있다. 얼굴, 배, 가슴, 등, 손바닥의 상처는 매우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얼굴은 작은 상처라도 흉이 남으면 보기 싫으며, 배, 가슴, 등의 상처는 실제와 달리 겉으로는 작은 상처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날카로운 것에 찔렸다면 보기에는 깊어 보이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상처를 입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디피티(DPT) 예방접종 여부다. 만일 이 접종을 세 번 이상 맞지 않은 상태에서 상처를 입었다면 즉각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상처의 경우에는 세 번 이상 맞았다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예방접종한 뒤 5년이 지났으면 다시 맞아야 하며, 깨끗한 상처는 10년이 지났으면 다시 맞아야 한다.


정유미 소아과 전문의 55452@hi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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