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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6:40 수정 : 2005.01.18 16:40

송일평(65·왼쪽)·조삼례(63·오른쪽)씨 부부가 지난 17일 밤 경기 광명시 하안동 자택에서 손녀딸 송세영(생후 9개월)양을 돌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맞벌이 하는 큰아들 부부를 대신해 손녀의 양육을 돕기 위해 지난해 큰아들 집 근처로 이사왔다.



아기 돌보는 노인들
팔·다리 많이 쓰게되고
자주 얘기 나누다보니 뇌의 노화 막는 효과

세상에 나온지 6개월된 손녀딸과 함께 하루를 여는 장영자(59)씨와 김정래(86)씨 고부는 전에 없이 하루가 즐겁다.

장씨는 아들을 분가시키고 시어머니 김씨와 둘이서만 살던 차에 큰 딸의 출산으로 손녀딸을 돌보게 되었다. 지난 가을엔 단풍놀이 한번 못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손녀 딸아이의 재롱에 집안에 생기가 돌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줄 모르겠다고 한다.

특히 이제 막 배밀이로 기기 시작한 손녀딸이 옹알이를 하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이 때문에 먹는 것도 영양가 있는 것으로 먹고 하루종일 아이 따라 움직이다 보니 운동도 되어 건강해진 느낌이다.

최근 ‘아이 돌보기’를 통해 노년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일부러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이 돌보기가 노인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아이가 0~3세인 경우에는 주로 기본 생활 관리로 우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이유식 먹이기, 병원이나 보건소 가기 등의 보육활동이 이루어 진다. 4~12살인 경우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의 숙제 돌봐주기, 식사 챙기기, 동화 놀이들의 생활관리를 하게 된다.

노인들은 이런 아이들을 돌보면서 단순한 생활을 피할 수 있고, 손을 자주 움직이고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뇌의 노화되기 쉬운 부분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므로 우울증이나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오병훈 교수는 노인들의 손자 돌보기가 좋은 이유에 대해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게 되고 또 자신한테 중요한 사건을 상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게 무엇보다 노인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또 “노인들의 육아법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지만 나름대로의 삶의 지혜와 온정을 그대로 전해줄 수 있는 좋은 효과가 있다”면서 “최근에는 사회복지관 등에서 실버 세대를 위한 육아도우미 교육프로그램도 많이 생겨서 신세대 육아에 맞게 절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러나 “노인들은 자신의 체력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아이를 돌보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인터류킨-6 등의 물질이 분비되고 이는 다시 우울증이나 치매 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친조부모에 의한 양육은 아이들에게도 양육자가 자주 바뀔 수 있는 외부인에 의한 양육 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다”면서 “노인들은 아이들의 쾌활한 정서와 크는 과정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및 치매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자 돌보기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어서 자녀와 부모간에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좀더 책임있는 역할 분담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에 따라 노인들이 손주를 돌보면서 자녀 부부와 갈등을 빚지 않고 자신의 건강증진에도 도움을 얻는 등 ‘윈윈 게임’을 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 ‘손자 돌보기 지침’을 제시했다.

첫째, 양육 스타일은 손주의 부모에게 우선 결정권을 주어라. 자녀와 양육 스타일이 다를 때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라.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하루 종일 어린 손주를 따라 다니다 보면 건강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째, 집안 일과 손주 양육을 병행하지 말라. 집안 일 때문에 손주를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보게 하는 등 자극을 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째, 손주에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 주어라. 노인들은 손주 또래 친구의 엄마들과 함께 어울리기가 힘들고, 손주 또한 자동적으로 친구와 만날 기회가 적어지고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이 있다면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의 경우 손주에게 무관심한 한편 손주 또한 할머니한테 애정을 못느껴 애착장애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손주가 부모와 자주 만나도록 주선하라. 주말에만 방문하는 부모들의 경우 아이에게 애착을 못느껴 부모와 자녀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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