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한방/모과
모과를 사려고 시장에 나갔더니 눈에 띄는 모과들이 하나같이 큼직한 데다 빛깔도 좋고 매끈매끈하다. 거름도 많아 주고 잘 키워서 그럴까. 다들 육덕 좋은 미녀 모과다. 과일전 망신이었던 못난이 모과는 외려 보기 힘들다. 모과란 이름은 ‘나무에 달린 참외’를 뜻하는 목과(木瓜)에서 변한 것이다. 참외처럼 그냥 먹을 수 있는 과실이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육질이 나무토막처럼 단단하고 맛은 시고 떫기만 하다. 금목서꽃처럼 은은하고 달콤한, 마냥 유혹적인 그 향기가 아깝다. 날로는 못먹는 모과를 숭숭 썰어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 차를 만들거나 술에 담가 먹는다. 어물전 꼴두기와 함께 과일전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접이 영 아니지만 약전(藥廛)으로 무대가 바뀌면 다르다. 모과처럼 가정의 상비약으로 쓰기에 좋은 약재도 또 없다 우선 감기 기운으로 몸살이 나거나 기관지 염증으로 기침이 심할 때 모과를 쓸 수 있다. 설사가 심할 때도 쓸 수 있다. 소변이 너무 잦을 때 쓸 수 있는 것도 모과다. 종아리에 쥐가 나거나 관절이 시큰시큰 아플 때도 모과가 좋다. <동의보감>엔 ’맛이 시고 성질은 따뜻하다. 곽란으로 몹시 토하고 설사하고 배가 아픈 위장병에 쓴다. 근육에 쥐가 나고 설사 후 갈증이 심한 증상, 각기, 수종, 소갈을 치료한다.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해 다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것을 고친다’고 했다. 모과는 신맛으로 기혈(氣血)을 잘 수렴한다. 그래서 토하거나 설사가 심해 몸에서 전해질과 수분이 빠져나가서 생긴 근육의 경련을 잘 잡는다. 모과에 향유 백편두 후박 복령 등을 가미한 육화탕이 유명하다. 서근통락(舒筋通絡)을 해 손발저림에도 좋다. 무엇보다 거습진통(去濕鎭痛) 효과가 뛰어나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땅기며 근육이 위축되어 걷기 힘든 각기 증상 등에 주효하다. 한약 처방으론 빈소산(檳蘇散) 등이 유명하다. 큰 병원에 가서 엠알아이 찍고 야단떨지 않아도 잘 치료된다.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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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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