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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07:36 수정 : 2017.10.30 08:28

수련, 지금 여기서 14/품밟기

 걸어갈 때 마음 속으로 번호를 붙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개 하나-둘-셋-넷 네박자를 택하기 쉬운데, 이것을 삼박자로 세어보면 어떨까? 셈법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율동감을 얻어낼 수 있는데, 항상 같은 발로 끝나는 짝수박과는 다르게 삼박에서는 마지막 구령(셋)에 밟는 발이 번갈아 등장하게 되어 명확한 종결 없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된다.

품밟기

 택견의 기본동작 중에 품밟기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품(品)’자는 뜻이 아닌 도형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삼각형 꼭지점에 사각형이 놓여있는 모양이다. 품밟기는 그 세 개의 지점을 밟는 훈련이다. 아래에 놓인 두 꼭지점을 ‘하나’, ‘둘’에 차례로 밟고 ‘셋’ 하면서 위쪽 꼭지점을 밟는다. 이어서 밟아 들어갔던 방향 반대로 빠져나오며 다시 하단부 두 꼭지점을 밟고 발을 바꾸어 위쪽 꼭지점을 밟는다. 품밟기는 삼박자의 리듬을 익히는 최적의 방법이다. 또한 무술적 견지에서 볼 때 여러 유용한 보법이 품밟기 한 동작에 함축되어 있다.

 품밟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특유의 몸짓이 있다. 오금질을 하면서 중심 이동을 하다보면 몸이 기울면서 걸음 따라 흔들리게 되는데 이것을 ‘능청댄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그것을 흉내내다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그 모든 움직임은 결국 지긋이 밟으려는 데서 오는 것이다. 속힘의 작용을 바로 알고 그것을 좇다보면 외형의 일치는 저절로 따라온다. 자신도 모르게 그 몸짓이 우러나온다. 우리 몸짓은 그렇게 ‘힘을 기준으로’ 배워나가야 한다.

 ①능청대기: 팔자로 벌려 선 다음 두 팔을 자연스럽게 밑으로 늘어뜨려 손바닥을 마주 보게 한다. 마치 손바닥 사이에 공기 기둥을 가두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좌우로 흔들어본다. 가볍게 한쪽 무릎을 번갈아 구부리면서 몸이 기우는 방향으로 손등을 밀어내는데, 이 때 반대편 손바닥으로 앞손에 기운을 보태준다. 이 느낌을 가지고 품밟기로 넘어간다. 셋으로 밟아 들어갈 때 둘에서 밟았던 발을 떼지 말고 그대로 두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골반에 실어 아랫배를 내민다. 그러면 뒷다리 안쪽이 펴진다. 의식하지 않아도 손등이 따라 나가는데, 기운은 멀리 보내지만 정작 손은 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품밟기

 ②오금붙이기: 꼭지점을 밟으면서 다른쪽 발을 들어 올려 버팀다리에 붙인다. 삼각형의 아래 두 점을 밟을 때는 들어 올린 발의 안쪽면을 무릎 옆에 붙이고, 셋으로 나아갈 때는 뒤에서 발등으로 오금을 친다. 두 손은 바지춤을 가볍게 움켜쥔다. 오금붙이기에서는 체중이 한 쪽 다리에 집중되면서 밟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며 오금질을 하며 외발로 서는 순간 아랫배에 힘이 모인다. 미묘한 움직임을 품고 있는 능청대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동작인 오금붙이기를 품밟기의 기본으로 삼고 많이 반복할 것을 권한다.

오금 붙이기

 ③책상걸이 저기차기: 역시 외발의 형태가 되는데, 들어 올린 발의 뒤꿈치로 버티는 다리 허벅지 앞쪽을 가볍게 두드린다. 발목을 발등 쪽으로 확실히 젖혀 뒤꿈치를 단단하게 한 다음 안쪽으로 낫질을 하듯 허벅지 상단을 가볍게 찍는다. 세 꼭지점 모두 동일한 동작이며 역삼각형(위에 두 꼭지점 아래에 한 꼭지점)으로도 가능하다.

책상걸이 저기차기

 ④촛대걸이: 정강이뼈를 촛대뼈라고도 한다. 촛대걸이는 발 안쪽 날로 정강이를 차는 동작으로 축구에서 패스를 할 때 주로 쓰는 인사이드킥을 연상하면 된다. 발목을 바짝 꺾은 다음 발 안쪽 날 중에서도 뒤꿈치 쪽에 힘이 걸리도록 한다. 아마도 뒤로 빠지면서 앞발로 촛대걸이를 하는 대목이 익숙지 않을 것이다. 발을 차는 방향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버티는 다리를 오금질 하면서 낮고 멀리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한다.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촛대걸이

 삼박자 속에 흐르는 여유로우면서 질긴 힘을 느끼되 “우리 전통은 삼박자이니까 삼박‘만’ 써야한다”는 식의 강박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삼박자의 진정한 소중함은 그것이 하나와 둘을 포함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하나도 하나이고 둘도 하나이고 셋도 하나이다. 결코 분절된 삼이 되어서는 안된다. 흔히 하는 말처럼 그것은 모두 한 호흡에 이루어져야 한다.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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