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8 07:41
수정 : 2017.11.15 06:59
율려선 수련 20년 성경준 씨
용화사 명초 스님이 비전한
한민족 전통 건강수련법
코로 들이쉴 땐 입을 ‘옴’ 모양으로
입으로 내쉴 땐 ‘허’ 소리 내면서
함께 하는 행공, 손동작 ‘수인’도 특이
팔 위로 뻗고 내리면 효과 극대화
가래떡 굵기의 기맥에 기운이 모여
허리에 띠모양의 ‘대맥단전’ 형성
음악 가락처럼 성장과 노쇠 조율
종교와 관계없는 열린 수련
호흡 방법이 특이하다. 호흡은 산소를 들이마시는 인간 생존의 가장 첫 조건이다. 수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호흡 방법을 연구했다. 한민족 전통 건강수련법으로 알려진 율려선의 호흡은 ‘얼숨’이라고 한다. 기운을 몸에 축적하는 이른바 축기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하다는 얼숨은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코로 들이쉬는 이유는 숨이 깊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입으로 내쉬는 것은 몸 안의 탁기를 내뿜기 위해서라고 한다. 코로 들이마실 때는 입을 ‘옴’ 모양을 하고 향수의 냄새를 맡을 때처럼 깊이 마신다. 내쉴 때는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을 때처럼 목구멍 안쪽에 살짝 힘을 주고 ‘허’ 소리를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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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앉아 얼숨을 쉬며 율려선 행공을 시범 보이는 성경준 씨. 전신의 기혈에 강한 지극을 주면서 몸 안에 기운을 저장하게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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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흡을 자연스럽게 반복하면서 여기에 독특한 동작이 추가된다. 내쉴 때 배를 들이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숨을 들이쉴 때 아랫배 부위(단전)를 서서히 부풀렸다가, 내쉴 때 배에 약간 힘을 주어 부풀린 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동작이 추가되면 단전에 기가 쉽게 모인다고 설명한다. 성경준(56)씨는 율려선을 20년 동안 수련했다. 성씨는 “처음엔 얼숨을 하는 게 약간 부자연스럽지만, 곧 익숙해져 호흡하는 데 부드러움을 느낀다”며 “피곤할 때 얼숨을 몇 차례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이완되며 피곤이 사라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몸 안 응축된 기운 뱉는 ‘선음’ 곁들여
그리고 이런 얼숨을 3개월만 계속하면 배꼽을 중심으로 허리에 띠 모양의 ‘대맥단전’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대맥은 엉덩이 골반 위를 따라 둥그렇게 허리를 감싸고 있는 기맥이라고 한다. 가래떡 굵기의 기맥에 기운이 모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져보았다. 대맥단전이 손에 잡힌다. 신기했다. 좀 더 설명을 요구했다. “어린 아기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고 들어올려 흔들어보면 허리 주변의 아랫배가 위아래로 출렁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대맥단전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여기에 있던 기가 소진돼 사라집니다. 마치 땅을 파고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를 퍼올리면 시간이 지나 지하수가 고갈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이 대맥단전에 기를 계속 모아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얼숨이라는 호흡 방법이라고 한다.
호흡과 함께 행공을 할 때 하는 손동작도 독특하다. 기를 잘 모으기 위한 손의 모습이다. 수인이라고 부른다. 양 손바닥을 대칭을 이루도록 붙이고, 마주한 검지를 중지 한 마디만큼 내려오도록 한다. 엄지는 모아 안쪽으로 밀어주면서 굽힌다. 성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손은 ‘솟아오른’의 뜻이 있어요. 마치 피뢰침처럼 손 모양을 만들면 장력이 고르게 분포돼 에너지장이 형성되고, 주변의 기운을 끌어모아요.”
수련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내는 것도 율려선의 특징이다. 마치 소리꾼처럼 힘찬 소리를 낸다. 몸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다. 울림이 강력하다. 선음이라고 한다. 마치 쇠를 계속 두드려 강철을 만들듯이 몸 안에 응축된 기운을 소리를 통해 울리고 또 울리면 더욱 강한 기운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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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려선의 기운을 모으는 손동작인 수인. 손바닥을 마주한 채 엄지와 검지를 강하게 구부리며 밀착시킨다. 주변의 기운뿐 아니라 하늘의 기운도 모을 수 있다고 해서 ‘천부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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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 제어하고 율력 키워 균형”
율려선은 여기에 서서 하거나 앉아서 하는 동작을 수련한다. 비교적 단순하다. 팔을 위로 뻗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내장기관과 전신을 자극하는 횡격막 상하 운동을 주로 한다. 마치 부품을 결합하듯 얼숨과 수인을 일정한 스트레칭 동작과 함께 결합하면 수련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한다. 이 동작이 행공이다. 서서 행공할 때는 기운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문을 닫는다. 항문을 닫는 방법은 발뒤꿈치를 바닥에서 10㎝ 정도 높이에서 붙여 내리면 된다고 한다.
앉을 때는 무릎을 꿇고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두 다리를 벌려 앉는다. 양 엄지발가락을 포개지 말고 나란히 붙이고, 팔은 주먹을 쥔 채 쭉 뻗어 허벅지 위에 올린다. 이 동작만으로도 장기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에 강한 저항력을 갖춘다고 한다. 두 손을 올리며 수인 자세를 만들어 코앞까지 내려 얼숨을 하며 멈추었다가 손을 내리는 반복 동작을 한다.
율려선의 한자는 음악 가락을 의미하는 율려에 신선 선을 붙인 이름이다. 율은 늘어난다는 의미가 있고, 려는 줄어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늘어남(성장)과 줄어듦(노쇠)을 조화롭게 하면 건강이 유지된다고 성씨는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서 득세하는 여력을 제어하고, 자꾸만 수그러드는 율력을 키워 균형을 유지하면 아이처럼 순수한 건강체로 돌아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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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려선 수련 하는 성경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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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두세 달이면 기초 배워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학에서 17년간 영문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성씨는 2년 전부터 웹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태권도 3단에 산악회 회장을 하며 각종 호흡 수련에도 관심이 깊었던 성씨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심하게 시달렸다고 한다. 성씨는 1997년 당시 27살의 젊은 김준걸씨를 만나 율려선에 입문했다고 한다. 김씨는 충남 용화사의 명초 스님에게서 율려선을 배워 대중에게 알렸다고 한다. 명초 스님은 전통의 한민족 선도인 율려선을 간직하고 있다가 자신을 찾아와 배움을 요청하는 젊은 김씨에게 이를 전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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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려선 수련하는 성경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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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는 “율려선은 배우기가 간단하고, 집에서 날마다 30~40분 정도만 하면 쉽게 익힐 수가 있어요. 깊은 단계는 많은 수련을 필요로 하지만 심신의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게 사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2~3개월이면 기초를 배울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또 율려선은 종교나 믿음과 상관없이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열린 수련’이라고 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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