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2 09:00
수정 : 2017.12.22 09:54
아니 땐 담배도…어차피 담배
“유해물질 적어” 홍보로 인기끌지만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등 검출
혈압·폐 용량·백혈구 수치 등
24개 건강지표 중 23개 차이 없어
“흡연량 더 많고 니코틴양 비슷”
제조사 내부문건조차 유해성 인정
일반담배 동시흡연땐 중독 심화
간접흡연 폐해 보고사례도 잇따라
올해 담배와 관련한 가장 큰 뉴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등장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한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한달 만에 6만갑이 팔렸다. 이어 5월에 다른 제품이 추가로 나오면서 반출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한달간 2079만갑이 반출된 것을 보면, 폭발적인 증가 폭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큰 인기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기서 배출되는 연기의 유해물질 등이 일반 궐련담배에 견줘 90%가량 낮다는 제조사의 홍보 덕분이다. 불을 피워 연기를 내는 기존 담배와는 다르기 때문에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담배 관련 전문가들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도 담배 회사의 이런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기존 담배와 형태는 다르지만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는 국외의 동물실험 등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간접흡연의 폐해도 일반 담배와 거의 마찬가지라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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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는 안전할까? 궐련형 전자담배는 충전된 건전지를 이용해 담뱃잎을 태우지 않을 정도의 열을 발생시킨 뒤, 담뱃잎을 가열해 연기가 아닌 기체 형태로 담뱃잎의 니코틴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이 담배를 제조하는 필립모리스에서는 기존 담배처럼 담뱃잎을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가 미국 식품의약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 경우와 일반 담배를 비교했더니 혈압, 폐 용량, 백혈구 수치 등 24개 건강 지표 가운데 23개에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혈관 염증 수준에서만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 경우가 일반 담배보다 10.6% 낮았을 뿐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은 많다. 지난 7월 스위스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연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 등이 검출됐다. 일반 담배와 거의 비슷한 유해성분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벤조피렌이 대표적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인데 이는 발암물질이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포름알데히드도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미국에서도 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혈관 기능을 떨어뜨려 심장 및 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담배의 크기가 줄었기 때문에 담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흡연량을 줄여도 심장 및 혈관 질환 발생이 줄지 않고 사망률 감소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결국 암을 일으키거나 심장 및 혈관 건강을 해치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담배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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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내부 자료에서 위해성 인정 지난 11월24일 대한금연학회가 연 ‘2017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성규(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학회 총무이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담배회사 내부 문건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찐 담배의 경우에도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찐 담배는 1980년대 후반에 다국적 담배회사인 아르제이(RJ) 레이놀즈가 ‘이클립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는데, 당시 제조사는 찐 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에 견줘 훨씬 낮다고 영업 활동을 했다. 이 이사는 “담배제조사 내부 문건을 보니 ‘이클립스 흡연자의 흡연량이 기존 담배보다 2배 정도 많다’, ‘다른 흡연자보다 이클립스 사용자의 흡연 간격이 더 짧다’, ‘핏속 니코틴 양은 일반 흡연자와 이클립스 흡연자가 비슷했다’ 등 찐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일반 담배보다 건강 유해물질이 훨씬 덜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입장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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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흡수량 많아질 수 있어 담배에 빠져들게 하는 성분인 니코틴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며, 몸속으로 흡수가 잘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면 거의 7초 만에 뇌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의학적으로 흡연을 니코틴 중독 질환으로 분류하는 나라도 많다. 담배를 끊기 힘든 것도 이 니코틴 때문인데, 궐련형 전자담배도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일반 담배에 견줘 목 넘김이 편하고 냄새도 덜하기 때문에 흡연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몸속으로 흡수되는 니코틴 양이 많아지고 뇌에는 점차 니코틴 수용체 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일반 담배를 피우게 되면 흡연량이 이전에 견줘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동시에 피우는 흡연자들도 많은데, 이 경우에도 니코틴 중독 가능성을 더 높일 우려가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사용된 일본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무려 72%가 일반 담배도 함께 피운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들도 비슷한 흡연 성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없다는 것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으로 소개된 바 있는데, 이런 주장에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일본 오사카 국제암센터 연구 결과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간접흡연자 가운데 37%가 전반적인 불편감, 눈이나 목의 통증 등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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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제로서 효과? 담배를 피우면 이미 니코틴에 중독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담배 대신 니코틴을 공급하는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금연보조제로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이나 사탕 등이 있으며,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로는 부프로피온 서방정, 챔픽스 등이 나와 있다. 일각에서는 니코틴 액을 들이마실 수 있는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도 이런 보조제의 하나로 여기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최근 흡연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을 비롯해 각종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 못지않게 많아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초기 흡연 도구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문제점도 지적된 바 있다. 즉, 전자담배가 본격적인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연보조제나 흡연 대체요법으로는 권고되지 않는 셈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대한금연학회, 보건복지부, 백유진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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