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1 16:34
수정 : 2019.02.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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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회사의 다양한 유전자 샘플. 유전자 검사항목 허용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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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1호 중 하나로 DTC 유전자 검사 실증사업 허용
송도에서 성인 2천명 대상으로 2년간 유전자 검사 시행
“유전자 검사 오·남용,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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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회사의 다양한 유전자 샘플. 유전자 검사항목 허용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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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위암, 파킨슨병 등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 검사가 확대해 허용될 ‘물꼬’가 터졌다. 11일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규제 샌드박스’ 1호 중 하나로 13개 종류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 실증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업체인 ㈜마크로젠은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에 거주하는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2년간 실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연구 목적으로 제한했다고 하지만 정부가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빗장을 쉽게 풀어줬다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가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국생위)’에서는 유전자 검사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해 검사항목 확대 심의를 유보한 바 있다.
㈜마크로젠이 생명윤리법 등의 규제를 피해 우선 시험해보겠다며 ‘실증특례’를 신청한 것은 ‘디티시(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와 이에 기반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다. 2016년부터 도입된 디티시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직접 진단 키트 등을 받아 민간업체에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병원을 거치면 질병 예방·진단·치료와 관련한 유전자 검사를 제한없이 할 수 있지만, 오남용을 우려해 디티시 유전자 검사는 혈당, 탈모, 피부 등 12개 항목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같은 유전자 검사는 인터넷을 통해 10만~15만원가량만 내면 받을 수 있는데, 업계는 검사항목을 ‘질병’까지 확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질병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게 되면, 보험사·제약사 등과 연계되는 시장이 열리는 까닭이다.
국생위 민간위원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암 유전자가 있다고해도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게 아닌데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국생위의 결정을 무시한 데다가 향후 실증사업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을 중단한다는 원칙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생위는 “유전자 검사 결과의 신뢰성 확보 등 국민을 보호할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올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에 검사항목 확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마크로젠이 애초 신청한 15개 질환 가운데 유방암과 치매는 서비스 항목에서 제외했다. 또한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서 실증계획의 구체내용을 검토하고, 철저히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도 밝혔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디티시 유전자 검사를 규제하지 않는 반면, 독일은 전면금지, 프랑스는 연구 목적일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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