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8 19:08
수정 : 2019.03.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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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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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특강
“동물복지 신경 쓸 정도로 수준 올라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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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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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한국과 외국의 응급의료 실태를 진단하면서 “모여서 회의만 한다고 응급의료가 완성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8일 오후 3시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 개소 및 서울특별시 유기동물 응급구조 치료기관 지정 기념행사’에 특별 강의자로 참가했다. 그는 한국과 외국의 응급의료 실태를 견주면서 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영국에서 응급의료를 경험해 본 이 교수는 “런던이나 미국에서나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회의로는 응급의료가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서 심각하게 회의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며 “회의나 토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날씨에도 헬기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날씨는 언제나 나쁘다. 영국에서는 출동을 하면 서로 마지막이라고 말을 한다”며 “출동하는 의사와 이를 땅에서 보는 의사가 서로 경례를 한다. 다시 못 볼 가능성도 있다. 목숨을 건다.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 출동을 하다 보면) 기상에 온갖 어려움이 많다. 어떨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며 “보통은 아예 헬리콥터도 띄우지 않는데, 영국에서는 기상이 안 좋은 와중에도 헬리콥터가 기수를 틀며 출동한다. (영국 의료인들은) 정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사회가 좀 더 용감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에어 앰뷸런스’(응급의료 전용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쓰는 에어 앰뷸런스가 한국에는 없다”며 “에어 앰뷸런스는 한 명만을 위해서도 날아간다. 이 시스템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에게든 사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통 유럽 국가는 응급의료 구조율이 10%가 나온다. 열에 하나를 살린다. 일본은 응급의료 구조결과가 제일 좋을 때 구조율이 13%가 된다. 한국은 6.7%다. 100명 가운데 94명이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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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 개소 및 서울특별시 유기동물 응급구조·치료기관 지정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대 동물병원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유기동물 응급구조 및 치료기관으로 선정되어 24시간 응급의료 체계를 갖춘 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특강 강사로 참여했다. 특강 참석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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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응급의료센터에도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그는 “동물은 좀 더 과감하게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으며 “미국에서는 계곡에 빠진 셰퍼드를 구조하다가 사람이 다칠 뻔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만큼 (동물을)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욕먹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응급의료센터도) 밤 12시든 새벽 1시든 환자가 오면 언제든지 대응이 되어야 한다”며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래야 동물 응급의료도 돌아간다”고 했다.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언급하면서 윗선의 의사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헬기가 떠 있으면서 어마어마하게 강한 바람이 분다. 온몸에 바람이 온다. 내가 먼저 내려가니까 간호사도 따라 내려가는 것이다”라며 “제일 윗분들이 총대를 메야 한다. 윗사람이 먼저 내려가지 않으면 그다음 사람도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고 윤한덕 센터장도 응급의료병원이 하도 문제가 많다고 하니까, 직접 나서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병원장들을 싫어하게 했다”며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시니어 스텝들이 정면에 서는 것이 맞다. 윗사람들이 안 나서면 아랫사람들이 뒤로 빠진다. 어렵고 힘들 때 10년 정도 쭉 이어질 수 있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동물복지를 신경 쓸 정도로 수준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강의에서도 계속 말했지만 선진국들이 부럽다. 아직 사람도 잘 못 하고 있다. 몇몇 선생들이 열심히 해서 이 일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규 김진희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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