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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4 15:25 수정 : 2019.04.04 16:57

정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 발표
상해 이상의 피해 주면 가중처벌하기로
음주 상태라도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
대형병원·정신과의원서 상해·폭행 많아
보안인력이나 비상벨 설치는 미비 상태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과 환자에게 상해 이상의 피해를 준 가해자는 가중처벌되며, 음주 상태로 심신장애에 해당되더라도 처벌받도록 관련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또 폭행 발생 비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정신과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는 방안도 실행될 예정이다. 이번 방안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보면, 앞으로 의료기관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협박·폭행 시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정부는 의료인·환자에게 상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중상해 이상의 피해일 때에는 형량의 하한선을 두는 형량하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안에서 폭행이 술을 마셔 심신장애 상태에서 일어났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형법에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의료기관에 안전인프라를 확충하고 경찰청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정신과 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료기관에서의 폭행 사건이 생겼을 때 자체 보안인력의 1차적인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은 보안인력 교육을 직접 담당하기로 했다. 또 지방경찰청과 연계된 비상벨을 누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찰이 출동하는 ‘긴급출동시스템’을 구축해 폭행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설과 인력에 투자한 경우 일정 비용을 진료비 보전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자료 :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안에서의 폭행 실태 조사도 이날 발표됐는데, 지난 1∼3월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약 10%인 7290곳에 대한 조사 결과 병원급 의료기관 10곳 가운데 1곳은 최근 3년 동안 병원 안에서 상해·폭행·협박·진료방해 사건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병원과 정신과는 10곳 가운데 4곳이 진료환경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 대부분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였고, 상당수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사건 발생률은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에서는 39%, 정신과가 설치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37.7%로 병원 규모가 크거나 정신과에서 높았다. 사건 유형을 보면 병원에서는 일반상해, 진료방해 사건이 주로 발생했고, 의원에서는 폭언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 ‘환자나 보호자의 음주’(45.8%)가 주된 요인이었고,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5.7%),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 거부’(1.9%)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의 67%는 의사와 간호사였고, 응급실이나 정신과에서 근무하는 인력에서 사건 경험 비율이 높았다.

자료 : 보건복지부
하지만 병원의 대비는 미흡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안 인력이 배치된 병원은 전체의 32.8%에 불과했고 보안인력이 있더라도 외부보안업체 직원이나 청원경찰 등 전문인력은 20% 미만이었다. 외래진료실·입원실에 보안인력과 연결되는 비상벨이 설치된 병원은 39.7%, 경찰서와 연결되는 비상벨을 보유한 병원은 2곳에 불과했다.

폭행 사건 등이 발생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서의 평판 등을 감안해 신고에는 소극적이었다. 병원의 신고 비율은 36.7%에 불과했고, 고소 비율은 9.9%에 그쳤다. 의원의 경우 신고 비율은 34.4%였고, 고소한 경우는 아예 없었다.

복지부는 “응급실 폭행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안전한 진료환경은 의료인의 안전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방안을 통해 현재 의료기관 폭행발생률(병원 11.8%, 의원 1.8%)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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