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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8 15:19 수정 : 2017.08.28 16:16

[더(The) 친절한 기자들] 논란 커지는 창조과학회 활동
“성경에 기록된 창조신앙 믿는다”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성경속 ‘창조론’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창조과학회 활동…동성애 합법화 반대 활동도
종교적 신념 업무에 영향 미칠까 우려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창조 신앙을 믿는 것이다. 공학도로서 진화론도 존중한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 논란에 대한 일종의 해명인 셈인데요.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혹시 ‘창조과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번뜩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떠올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죠.

#창조과학은 무엇인가?

창조과학은 기독교 근본주의의 시각에서 성경에 쓰인 ‘창조론’을 과학으로 입증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가 실재로 존재했다고 믿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인간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질학적 증거를 찾고 있어요. 창조과학회는 구약성서에 근거해 지구의 나이가 6000~8000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젊은 지구 창조설’ 인데요. 한국창조과학회에서는 창립 멤버였던 한 교수가 젊은 지구 창조설을 부정했다가 제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과는 많이 다르죠? 창조과학은 창조론에 입각해 ‘진화론’을 부정합니다. 원시 지구의 유기물에서 생명체가 생겨났고, 진화를 거듭해 현 인류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거죠.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한국창조과학회는?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창조과학운동이 일어났는데 한국에서는 약 20년 뒤인 1981년에 한국창조과학회가 설립됩니다. 한국 창조과학회는 국내 공교육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커리큘럼을 바꾸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창조과학의 발원지였던 미국에서도 루이지애나 주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정규교과정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1987년 연방대법원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종교의 신념을 강제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들은 창조론은 ‘지적설계론’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공교육 편입을 시도했지만 2005년 연방법원에서 다시 퇴짜를 맞았습니다.

#박성진 후보자와 한국창조과학회

한 언론은 박 후보자가 한국창조과학회 회원으로서 2007년 학술대회에 참가해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며 “오늘날 자연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라는 단체가 ‘동성애·동성결혼 개헌반대 전국교수연합’ 명의로 낸 ‘동성결혼·동성애 합법화 반대 성명서’에 박 후보자가 이름을 올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명서는 국회 개헌특위의 헌법 개정 논의에 반대했습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성애 반대 입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차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동성혼 같은 제도화는 다른 문제”라고 다소 모호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박성진 교수
#계속되는 논란

청와대 쪽은 “장관 내정자 검증에는 종교활동과 관련된 부분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이 단체의 이사로 활동한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종교관이 문제가 된다면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박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을 ‘종교’의 영역으로 넘긴 것인데요. 그럼에도 우려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생명공학과 관련된 바이오벤처 기업 지원 등을 결정할 때 종교적 신념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 부족도 큰 논란거리입니다.

#종교계와 과학계의 엇갈린 반응

기독교 관련 단체들은 박 후보자 감싸기에 나섰습니다. ‘종교의 자유’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요. 김오현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 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양심과 신앙에 따른 창조과학 활동은 장관의 업무능력 및 수행 여부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진화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진화론만을 과학적 진리로 알고 있어 안타깝다. 실제 진화론은 오류투성이다. 창조와 진화 논란은 아직 학계나 종교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과학계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며 “회의주의자이자 과학자로서, 나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매우 위험한 학자들이라 여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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