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25 17:36 수정 : 2005.02.25 17:36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여당의 비정규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비정규 개악안 저지, 권리보장 입법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려 참석 노동자들이 국회진행상황 보고를 듣고 있다. 강창광 chang@hani.co.kr



노 “고용불안 더 심해질 것”… 정 “큰 변화없다”

파견확대·기간제 3년명시·차별금지 '시각차'
노 “고용유연화는 현찰, 보호망은 어음” 반발


비정규직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와 고용 유연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노사 양쪽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노동계는 고용 유연성 확대에 주목해 비정규 노동자를 늘리는 법이라고 반발해 왔고, 경영계는 비정규직 보호에 주목해 경영활동을 제약해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경영계가 노동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는 점과, 최근 들어 정치권을 상대로 법안의 조기처리를 요구해 온 점은 이 법의 성격 규정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파견노동 일반화” “대체 가능성 낮아”

파견노동 업종 확대= 애초의 정부 법안은 파견이 허용되는 26개 업무를 명시한 이른바 ‘포지티브’방식을, 파견을 금지하는 몇가지 업무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파견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지금도 위장 하도급 등의 형태로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는 점을 볼 때, 모든 업종에 파견이 일반화되면서 정규직 노동이 파견 노동으로 대체돼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파견노동의 증가와 정규직 노동의 파견노동으로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정부는 대신 “파견수요는 일시적 필요나 전문직종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여당은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갖고 파견업종 규정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면서, 파견 허용업종을 30개 안팎까지 늘리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노동계는 “자구 몇 개를 바꾼다고 해서 법안의 전반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사유 제한없어 확산” “기업도 교육 부담”

기간제 사용 3년 명시 = 정부 법안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1년 이하로 계약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계약기간을 최대 3년까지로 명시하고, 3년을 초과한 기간제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에 대해 ‘기간’만 제한하고 ‘사유’를 제한하지 않아, 영속적인 업무에 대해서까지 기간제가 확산돼 대다수 노동자들이 상시적 고용불안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3년 이상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해고제한 규정도 사용자들이 기간제 노동을 쓰는 핵심 이유인 고용 유연성을 포기하며 3년을 넘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호망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법에는 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장기 사용한 뒤 계약갱신을 거부할 경우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어, 이런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며, 법안대로 되면 기간제 노동은 되레 줄어들 것이라고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3년이 되기 전에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할 것이라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업들이 교육·훈련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라도 무분별하게 교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정신청 실효성 없어” “차차 기준 정립될 것”

차별금지 규정 = 정부 법안은 비정규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지는 불합리한 차별대우는 금지하지만, 합리적 이유가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인정한다.

노동부는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평균 35% 가량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20%가 불합리한 차별에 따른 격차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을 뒤집으면 15~25%의 임금격차는 합리적 범위에 든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합리한 차별의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는 앞으로 노동자의 시정신청을 통해 이뤄질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면서 유형별로 정립될 것이라며 뒤로 미루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용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시정신청을 하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가 정부법안에 대해 “파견 확대 등 고용 유연화는 현찰로 지불하고, 차별금지 등 비정규직 보호조처는 어음으로 받으라는 격”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