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일부 정규직들 “불똥튈라” 견제
사 “소송가도 우리가 이길것”자신
정 경찰고발로 끝 ‥“당사자들끼리”
노동계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적 사안인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해 노사정 3자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적극적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4일째 농성을 벌이고, 사용자 쪽은 이를 제압하기 위해 폭력과 농성장에 대한 단전·단수 등 감정적 대응에 이어 집단해고와 손해배상소송 등으로 맞서는 등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노동부 해결 의지 의문=노동부는 현대차에서 일하는 127개 사내 협력업체 9122명의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상태라는 판정만 내리고, 고용개선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맡겨두고 있다. 노동부는 회사 쪽에 고용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회사가 낸 완전 도급화를 뼈대로 한 고용개선 계획이 부실하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사법처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응처럼 보이지만 노동계는 노동부가 이런 수순을 밟은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진우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사업실장은 “노동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에는 회사 쪽에 개선계획 제출 요구에 그치지 않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며 “중요한 것은 불법상태가 시정되게 하는 것인데, 노동부는 금호타이어와 같은 절차 없이 고발만 하고는 손을 털었다”고 비판했다. 엄현택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노동계의 요구는 잘 알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우리가 더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뒤에 숨은 회사=현대자동차 쪽 역시 경찰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며 불법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회사 쪽의 이런 자세에는 법이 자신의 편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루한 재판과정까지 거쳐 불법파견 혐의가 확정돼도 처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파견근무 기간이 2년이 넘은 노동자의 경우 사용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을 불법파견에까지 적용하는 데 대해 법원이 매우 소극적이다.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대책 과장은 “회사가 ‘고용의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회사 쪽은 판례를 볼 때 자기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는 시민사회로부터의 비판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와 회사는 2000년 6월에 비정규직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정규직은 어떤 경우도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완전고용 보장 합의서’를 맺은 상태”라며 “정규직이 권리를 양보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이렇게 정규직을 걸고 넘어지는 한편 ‘울산공장 경계 내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 법을 동원해 비정규직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갈길 먼 정규-비정규직 연대=현대차노조는 지난 1월24일 비정규직노조가 참여하는 원하청 연대회의를 노조 공식기구로 구성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잔업거부 투쟁을 벌이는 등 연대의 수준을 높여 왔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국내 대표노조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에 응답한 것이기는 하나, 전체 조합원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데 현대차노조의 고민이 있다. “비정규직이 대거 정규직이 되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이런 조합원 대중의 의식수준을 감안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 대해 비정규직노조 쪽에서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에 어떤 해법을 취하든 조합원의 정서가 문제가 될 것이고,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라며 “본격적 논의는 이달 중반 이후에야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가 연대의 구호는 높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교섭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논의를 좁히지 말고 사용자와 노조가 각기 유연성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고 종합적으로 타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문제가 풀린다”며 “사용자 쪽이 먼저 기간을 정해놓고 불법소지가 많은 부분, 현대차 채용기준에 맞는 사람부터라도 정규직화하면서 논의를 진행해 보자고 대화의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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