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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7:38 수정 : 2005.03.17 17:38

위기의 민주노총 <하>

민주노총 집행부가 17일 대의원대회의 승인을 받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일단 노사정 대화에 먼저 나서기로 결정함에 따라, 노사정 대화 참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내부 분란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소수 사회적 교섭 반대세력의 물리력을 동원한 방해로 대의원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보장할 수 없게 된데다,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 법안 저지가 시급한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을 억누르고 있는 위기는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란이 매듭지어진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노총의 위기를 표면화시킨 계기일 뿐 위기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교섭안’ 일단락 불구
비정규직 끌어안기등
노동계 양극화 극복 과제

사회적 교섭 문제는 사실 이를 지지하는 이수호 집행부가 들어선 순간 민주노총의 다수의견으로 확인된 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교섭 반대세력들이 대의원대회 개최를 막은 사실이 결과적으로 이를 재확인해 주었다.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소수 강경파는 다수결을 부르주아 민주주의 절차일 뿐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독선적 태도를 보였다.

소수의 물리력보다 더 압도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맞설 수도 있겠지만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사실 지난달 1일 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무산된 순간부터 민주노총에 사회적 교섭 안건의 통과 자체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닌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지금 문제는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민주노총 내에서 정상적 의사결정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너진 정상적 의사결정 과정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정파가 집행부를 맡더라도 소수의 반대세력에 의해 회의장 단상을 점거당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민주노총 내에는 각 정파가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정파는 부정하는 고질적인 ‘과잉정치’의 폐해가 있다”며 “이 문제가 이제 온 국민 앞에 다 드러나 더이상 덮어둘 수 없게 된 만큼 민주노총 내의 각 세력이 새로운 ‘게임의 룰’에 합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은 현재 민주노총을 둘러싼 노동계의 양극화라는 노동환경이다. 15일 대의원대회장을 점거해 회의를 무산시킨 노동자들 가운데는 울산에서 올라온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형식적인 총파업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조합원을 조직 내부로 끌어당기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현장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대공장 정규직 노조가 주도하는 민주노총이 정부와 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을 희생시킬 것을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들의 불신과 우려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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