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의원 “당국, 고발도 안해”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에서도 하도급을 위장해 113명의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파견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일모직이 지난 98년 패션부문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퇴직시킨 뒤 위장하도급 회사 소속으로 전직시키고서 일반적인 업무지시는 물론 감사권과 징계권까지 직접 행사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제일모직의 물류센터에서 출하업무 도급계약을 맺은 ㈜우양지엘에스와 ㈜다류 소속 직원들의 진정에 따라 지난 2월 현지조사를 하고 3월7일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시정지시를 내렸다. 현행 파견법에는 청소원 경비원 등 26개 직종에만 노동자 파견이 허용되나, 제일모직은 이런 허용대상이 아닌 업무에 사실상 허울 뿐인 하도급 회사 소속의 직원들을 7년여동안 파견노동자 형태로 부려온 것이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해당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솔시에스엔과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해 강제전직시키려 하고 있어 양쪽 갈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근속기간 2년 이상인 파견노동자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적법도급회사로 전환해 법위반사항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의 개선계획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노동부도 “개선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면서 제일모직의 불법행위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궁극적인 목적은 고용개선에 있고 노사간에 대화를 통해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지켜보고 있다”면서 법적조처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줬다. 단병호 의원은 “현대차의 불법파견 적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노동부가 제일모직을 처벌하기는 커녕 고발조차도 하지 않는 것은 범죄자가 개과천선하면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이다”며 “이런 태도로 어떻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개정을 주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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