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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1 20:42 수정 : 2005.05.01 20:42



△ 1일 오전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마포구 아현동 에스케이 건설현장 안 타워크레인에서 노조탄압 중단과 단협체결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같은 시간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온 한 건설 노동자가 농성장 건너편 건물 계단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덤프연대 “운반단가 인상” 총파업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노사정이 국회에서 ‘벼랑 끝’ 대치를 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극한투쟁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는 1일 아침 6시부터 “부당한 과적단속 중단 및 운반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덤프연대는 이날 “덤프트럭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전체 5만여대 가운데 절반만 가동되는데도, 사용주들은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제 잇속만을 챙기고 있다”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업주 처벌과 덤프트럭에 대한 유가보조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덤프연대 쪽은 조합원 1500명은 물론 비조합원들의 참여로 가동 덤프트럭의 절반을 넘는 1만5천여대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파업 참여율이 미미해 건설 현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별도의 파업 대책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4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도 1일과 지난달 29일 각각 울산 남구 에스케이 공장 안 정유탑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에스케이 건설현장 안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단체협상 체결’과 ‘구속 노동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각각 70m와 35m 높이의 고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아무개(43)씨 등 조합원 6명은 “사용자인 전문건설업체 쪽이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노사 단체협상과 구속된 플랜트 노조원 석방 등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새벽 1시께엔 청주지방노동사무소 앞에서 노동사무소의 사용자 편향을 규탄하던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집회 중 조합원 2명이 분신을 기도하기도 했다. 송아무개(34)씨 등 2명은 이날 집회 중 대치하던 경찰이 진압을 시도하자, 갑자기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분신하려고 했으나, 동료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양상우, 울산/김광수 기자 ysw@hani.co.kr

노동절, 외국인 노동자 밀집 안산 원곡동 표정

“노동절이요? 욕만 안먹어도…” 상처입은 육신 송금때만 미소

“110만원, 인도네시아로 보내주세요.”

115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경기 안산시 외환은행 원곡동 지점.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페라 와티(27)는 현금 다발을 건넸다. 웃음이 절로 난다. “환율이 내려가 인도네시아에서 받는 돈이 늘어났어요.”

그가 한국에 온 것은 2003년. 광산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벌이만으로는 다섯 식구가 먹고 살기 힘들어 한국행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터득했다.

“한국 사람들은 딱 두 가지만 중요하게 생각해요. 빨리빨리 일하는 것이랑 인사 잘하는 것. 이 두 개만 하면 사람들이 만족하더라고요.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세요!’ 이렇게 말하죠.”

환율덕 금액 늘어나 반색

일이 고된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하루 12시간 일하고, 일요일은 격주로 쉬거나 24시간을 내리 근무한다. 그래도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족들이 돈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고된 노동을 이겨내고 있다. 밤샘 일을 할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얼마 전에 한 동료 외국인 노동자가 드릴에 손이 뚫렸는데, 불법체류자라고 보상도 안 해줬어요.”

2년 전 한국에 온 네팔인 비싼(27)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돈을 보냈다. 쿠데타 등 네팔 정국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이랑 아기가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며 “가족들이 돈 받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가면 가게를 열어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원곡동 지점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생긴 외국인 노동자용 외환 송금센터다. 일주일에 평균 70~80시간 노동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평일에도 저녁 8시까지 영업한다. 노동절인 이날도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려는 외국인 노동자 350여명이 몰려들었다.

거리 떠도는 쓸쓸한 노동절

이정애 대리는 “중국 사람들은 1만원~2만원 하는 수수료도 아까워 돈을 모아 한꺼번에 보내고, 한 달에 100만원 벌어 70만원~80만원 송금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팔이 잘려 받은 돈 3500만원을 송금하던 1984년생 중국 청년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2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곡동 지역은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돼 위축돼 있다. 실적을 올리려고, 멀리 전남 광주에서까지 찾아오는 단속반원을 피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52)씨는 “동네 사람들이 단속하지 말라는 서명서도 돌리고, 현수막도 걸었다”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절인 이날 원곡동에 사는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초등학교에서 근처의 한 성당이 주최하는 행사장에 가 나라별로 노래와 춤 등 장기를 뽐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하릴없이 거리를 떠돌았다.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출신인 플라스티 가자싱화(28)는 “노동절이 나의 날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며 “우리도 한국말을 알아듣는데, 공장이랑 식당에서 나쁜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동절을 맞은 외국인 노동자의 작은 바람이었다.

안산/글·사진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비정규직 보호법안 쟁취” 두 노총 노동절 집회



115주년 세계 노동절을 기념하는 노동계의 행사가 1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 전국 곳곳에서 수만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민주노총은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수도권지역 조합원 2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대회를 열어 ‘비정규직 철폐’와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을 통한 사회 양극화 극복을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14개 단체는 연맹별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종로 등 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합원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절 기념 및 비정규 입법쟁취 결의대회’를 열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 △노조전임자 임금자율성 쟁취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위한 총력투쟁 등을 결의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상대방이 주최하는 노동절 집회에서 참석해 “양대 노총의 굳건한 단결로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쟁취하자”는 연대 투쟁사를 밝혔다. 또 두 노총과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독도영유권 주장 및 역사교과서 왜곡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남북의 노동자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응징을 위해 공동투쟁을 벌일 것을 다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도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외국인 노동자 2천여명과 함께 문화축제를 열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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