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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8:47 수정 : 2005.01.13 18:47

‘노말헥산’ 중독 하반신 마비 노동자에 들어보니

“공장에서 그렇게 위험한 일인 줄 알았으면 안 시켜야지요.”

13일 경기 안산시 일동 안산중앙병원에서 만난 수말리(29·사진)는 “내 병이 다발성 신경장애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약 없는 치료를 받아야 할 그는 불법체류자다. 타이 방콕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나컨라 찻시마라는 시골에서 1년3개월 전 ‘돈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곧 ㄷ사 검사실에서 1년간 일해온 그는 “아주 냄새가 독해서 어떤 사람은 검사실에서 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 사람들은 기분이 안 좋은 경우나 멀미가 날 경우 ‘야동’이라는 약을 코에 대는데 작업장에서 눈이 따갑거나 쓰러지면 이것을 코에 마시고 나서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매달 100여만원 안팎의 월급이었지만 80여만원은 고향에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수말리는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걱정이 앞선다. 불법 체류자이다 보니 곧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타이에서 나올 때 400만원을 브로커에게 주고 왔다는 그는 “아직 빚도 갚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400만원은 타이 돈으로 14만바트. 대졸 초임자의 월급이 3천∼4천바트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불법체류자 신분 입국때 진 빚도 못갚아

그는 “몸이 아파 지난해 12월부터 그나마 송금을 하지 못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남편과 3년 전 이혼한 뒤 친정에다 아들(초등 4학년)과 딸(초등 2학년)을 맡기고 왔지만 친정 부모는 80살이 넘어서 노동력이 없는데다 자기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과자를 들고 노점상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불안해했다. “회사에서 몸이 너무 아팠지만 고향에다 편지해서 약을 보내달라고 해서 먹으며 참았어요. 제가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데, 이렇게 불법 체류자로 밝혀졌으니…어떻게 되나요.” 끝까지 침울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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