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5 21:53
수정 : 2005.05.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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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학생운동가 출신인 국내 최초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아노아르 후세인.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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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강제로…16일 ‘표적단속’ 항의 회견
국내 최초의 외국인 노조인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아노아르(34·방글라데시·불법체류자 신분) 위원장이 14일 새벽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노조 회의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다 이날 새벽 1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역 출입구를 막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 20여명에 의해 끌려갔다고 15일 이주노동자 노조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노아르 위원장은 머리와 팔, 다리 등을 다쳤으며, 곧바로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수감됐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 노조는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가 ‘표적 단속’을 통해 서둘러 노조위원장을 연행해 갔다고 주장했다. 정원경 사무차장은 “새벽에 집 근처에서 조직적으로 연행된 것은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가 아노아르 위원장을 지속적으로 사찰해 왔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외국인 노조를 허가하지 않고 탄압하겠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창립한 이주노동자 노조는 3일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9일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외국인 등록번호와 국적이 포함된 조합원 명부 △조합원이 소속된 사업장 기재를 보완해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사업장과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면 미등록(불법체류자) 신분인 이주노동자들이 어디서 일하는지 바로 드러난다”며 “서류 보완 요구는 사실상 노조원을 잡아가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주노조 탄압 분쇄와 위원장 표적연행 규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19일에는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소에서 ‘표적연행 규탄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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